사회 사회일반

인터넷에 맛집은 있는데 맛 없는 집 안 보이는 이유는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3 16:07

수정 2016.06.14 08:43


임시조치 현황
(건)
구분 네이버 다음 SK컴즈 합계
2011 123,079 97,104 3,504 223,687
2012 155,161 67,342 7,664 230,167
2013 277,146 88,634 9,196 374,976
2014 337,923 116,261 642 454,826
2015 404,458 75,360 448 480,266
(방송통신위원회)


#. 수년째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임진리씨(24.여)는 수개월 전 포털사이트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자신이 작성한 게시글에 신고가 접수돼 임시조치를 한다는 통보였다. 해당 게시물은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고 돌아와 음식점을 평가한 것으로,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던 음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임씨는 "임시조치를 당하면 게시물이 보이지 않고 권리침해신고가 접수돼 접근이 금지됐다는 경고문구가 뜬다"며 "신고를 당한 입장에서는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알 수 없고 권리침해신고니 명예훼손이니 하는 말에 겁부터 나더라"고 전했다. 한 달 후 포털에 의해 게시글이 삭제됐다는 임씨는 "인터넷에 해당 음식점을 좋지 않게 평가한 글을 올린 사람들은 임시조치를 당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인터넷에 맛집 정보는 나와도 맛없는 집은 올라오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와 같이 온라인상에 글을 올린 이용자가 포털사이트로부터 임시조치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패션과 음식점, 전자기기에 대한 평가부터 정치, 사회, 연예 이슈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신고만 있으면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차단이 이뤄지는 임시조치에 누리꾼 불만이 상당하다.

정보통신망법을 관할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법에 따라 임시조치를 사실상 포털사이트에 맡기고 있다
■폭증하는 임시조치, 네이버만 하루 1000건 훌쩍
13일 방통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의 임시조치가 매년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11년 22만3687건이던 임시조치는 2015년 48만266건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경우 2011년 12만3079건에서 2015년 40만4458건으로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네이버 한 곳만 하루에 1000건이 훌쩍 넘는 게시글을 비공개처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임시조치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된 정보에 대해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 등 신고가 접수된 경우 사업자가 해당 정보 접근을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치다. 정보통신망법상 삭제와 달리 권리의 침해여부를 사업자가 판단할 필요가 없어 신고가 접수되면 포털사이트는 즉각 임시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 포털사이트는 정보게재자의 복원신청 없이 법이 정한 기간(30일)이 경과하면 해당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

문제는 임시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점이다.

임시조치 제도를 이용하면 특정 주체가 특정한 정보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셈으로, 1인 미디어를 표방하는 상당수 블로거가 임시조치에 반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임시조치, 정보 유통 차단 논란
실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권리침해신고가 접수될 경우 즉각 임시조치에 나서고 있고 이 경우 게시글은 비밀글로 바뀌고 게시자조차 본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게시자는 이의가 있을 경우 복원신청을 할 수 있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시일이 오래 걸려 절차를 밟는 경우는 많지 않은 형편이다.

더욱이 임시조치는 사후에 적절하지 않은 신고로 밝혀지더라도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아 오용 여지가 상당하다.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임시조치를 통해 어떤 부담도 지지 않고 타인의 게시물을 온라인상에서 공개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정부기관이 나서 임시조치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민간 사업자인 포털사이트는 임시조치의 구체적 내역에 대해 방통위에 주기적으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요구자료가 오면 포털사에 요청하는데 쉽게 오지 않는다"며 "주기적으로 (방통위가) 임시조치 현황을 보고받거나 하진 않고 포털사가 알아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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