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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글로벌 저성장 시대 승자가 되는 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2 17:10

수정 2016.06.12 17:10

[차관칼럼] 글로벌 저성장 시대 승자가 되는 법

지난 주말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 울란바토르에 다녀왔다. ASEM은 아시아·유럽 주요국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세계경제 현안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오랜 장(場)이다. 이번 회의 화두는 역시나 '글로벌 저성장'이었다. 참석자들은 위기 이후 무려 7년이 흘렀지만 세계경제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불확실하다고(lower growth, higher uncertainty) 진단했다. 지루한 위기의 후반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 저성장은 금융위기보다 더 근본적인 위기다.
전반전에 힘을 소진한 선진국은 물론 그나마 선방했던 중국 등 신흥국마저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소비·투자도 부진하다. 글로벌 교역도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의 변화 등 구조적 이유로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2000년대 초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 수준에서 현재 16% 수준으로 늘어났다. 후반전으로 갈수록 체력은 달리는데 선수들은 늙어가니 점점 더 힘든 게임이 되고 있다.

고전하긴 우리도 매한가지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그간 우리에게 큰 기회요인이었던 중국에 대한 높은 무역 노출도가 이제는 위험요인이 됐다.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 1위로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 더욱이 혁신이 지체되고 제조업 위주 성장에 머무르면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은 시간이 갈수록 변화 속도가 떨어진다"고 꼬집은 점은 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게임이 힘들고 지루하게 이어질 땐 '한 방'보다는 '지구력'이 중요하다. 기초체력 있는 자만이 끝까지 뛸 수 있다. 결국 해법은 구조개혁이다. 다른 나라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G20 각국은 노동.경쟁 분야 등 구조개혁 정책들로 된 성장전략을 만들고 이행상황을 점검 중이다. 9월에는 구조개혁 원칙도 발표한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경제의 실력을 키우고 혁신을 이뤄내는 데 방점을 두고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4대 구조개혁을 온전히 이행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산업개혁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창조경제도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지난 4월 정부는 '신산업 육성 세제' '신산업 육성 펀드'를 마련키로 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스마트카 등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지원대상 등은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세계경제의 연계성(interconnectedness)이 심화되면서 생기는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테면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성장전략을 계기로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유라시아 인프라시장 진출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또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경력단절 여성, 고령자 등의 일자리를 늘리고 해외 우수인재 유치에 애쓰고 있다.

세계 각국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글로벌 경제와 교역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며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정책수단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우리도 과감히 발상을 전환하고 기득권을 서로 양보하며 함께하는 개혁에 모든 경제주체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겠다. 시간이 걸리고 고되더라도 서로 격려하며 끝까지 가야한다.
그래야 지루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금융위기 후반전' 게임에서 살아남아 우리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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