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서울시, 공회전 관광버스 단속 ′진퇴양난′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3 15:38

수정 2016.06.13 15:38


지난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 주차장이 정차된 관광버스로 가득 찼다. 이 중 절반 이상이 공회전 상태에서 에어컨을 킨 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 주차장이 정차된 관광버스로 가득 찼다. 이 중 절반 이상이 공회전 상태에서 에어컨을 킨 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휴 매연 좀 봐” “그러게 빨리 버스 안으로 들어가자”
지난 12일 오후 대전에서 여행 온 듯한 학생들이 이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 정차된 관광버스들 사이를 지나갔다. 이들의 일그러진 표정과 말투에서 주차장에 시동을 켜놓은 채 매연을 내뿜는 버스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복궁 뿐만 아니라 창경궁, 롯데백화점 본점 등 서울 주요 관광지 주변에서는 이런 공회전 차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차장이 아닌 주변 도로에 불법주차를 한 채 공회전 중인 버스도 즐비했다.

■공회전 차량, 알고 보면 단속 대상
이제는 익숙한 광경 같지만 공회전 차량은 모두 서울시의 단속 대상이다. 서울시는 올 3월부터 시내 주요 관광지 주변에서 미세먼지 발생 예방을 위해 관광버스 공회전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기온이 25도 이하일 때 공회전 시간이 2분을 넘거나 25도 초과시 공회전 시간이 5분 이상이면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버스기사를 제외하면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미세먼지와 공회전과 연관성은 서울환경운동연합 조사에서 입증된 바 있다.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3월 하루 24시간 동안 서울시내 관광버스 상습 불법주정차 지역 10곳의 대기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10곳 모두 이산화질소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를 초과했고 이 중 3곳은 국내 하루 기준치를 초과했다.

■“손님들 덥다는데 어쩌나”
경복궁 주차장 근처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던 버스기사 김모씨는 공회전 단속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손님 30명 중 1, 2명이 늦게 탑승하는 사례가 있는데 버스 안에서 기다리는 다른 손님들은 덥다며 에어컨 틀어달라고 난리“라고 털어놨다.

그는 ”관광지 주변에 차 댈 곳이 없어 주변을 몇 바퀴 배회하거나 인근 도로에 정차할 경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기름 소모가 더 많을 것"이라며 "중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운운하기 전에 주차시설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복궁 주차장 직원 이모씨도 “공회전이 시끄럽다고 싫어하는 기사도 많지만 태울 손님이 안 오면 어쩔 수 없다. 공회전 때문에 (주차장이) 다른 곳보다 공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구청에서 매일 오전, 오후 한 번씩 단속을 하긴 하지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단속을 하려 해도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고 전했다.

■실효성 논란.. "과태료 대납까지"
롯데면세점 건물 뒤편에서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불법주차를 한 채 시동을 켜놓고 있었다. 덕수궁 부근에서도 불법주차해 에어컨을 켜둔 차량 기사에게 공회전 문제를 제기하자 갑자기 시동을 끄고는 “나는 공회전에 무조건 반대한다”며 시치미를 뗐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일 구청과 시민단체 등에서 3인 1조로 편성, 하루 100여건을 적발하고 있으나 과태료 부과는 1, 2건에 불과하다.
단속시 시동을 끄거나 달아나고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스기사들이 주차 문제 얘기를 꺼내면 우리도 할 말이 없다"며 "CCTV 만으로는 시동이 켜져 있는지 여부나 온도 확인이 안 돼 단속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단속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속에 동참 중인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집중단속기간에도 이런 식인데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 시에서는 얘기가 없다”며 “심지어 면세점에서 불법주차한 공회전 차량 과태료를 대신 내주는 것을 봤는데 누가 내든 돈만 지불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이런 식의 단속으로는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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