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꽃, 나무만 그린다. '채식주의 한국화가' 박상미(40)다. 무채색의 수묵과 원색의 대비로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내는 그가 4년만에 개인전 '공존공간'을 연다.
그는 일상적 생활공간을 강렬한 원색으로 구성된 가운데 그 안에 식물은 무채색으로 표현한다. 한 화면 안에 사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비결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30여점의 신작은 표현 방식에는 변화가 없지만 작품의 주인공인 식물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전에 그가 주로 집안 화분에 갇혀있던 화분 식물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화원, 산과 들로 나온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갈라진 콘크리트 틈, 방치된 정원에서 움튼 이름없는 들풀에게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낀다. 나름의 질서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명을 싹 틔우는 모습에 숭고함이 깃들어 있다.
화분 속 식물들은 여전하다. 자유로운 화분 밖 식물들처럼 마음껏 자라지 못하지만 화분의 크기와 형태에 적응하며 생명력을 지속하고 있다. 꿋꿋하게 생존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각자의 삶의 형태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된다.
작품 속 식물의 이미지는 무채색의 수묵인 탓에 싱싱함이 결여된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 색으로도 단정짓지 않은 무채색은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마치 아직은 하찮은 존재이지만 성장의 잠재력을 지닌 인간의 모습처럼. 박 작가는 "화분에 담긴 식물과 정원 문화는 결국 인간에 의해 가축화되고 길러진 것이다. 담장 밑, 화분 속 식물을 보며 내 모습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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