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독]"우리 SW 역량 수준미달", 스스로 '매'든 삼성 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1 15:42

수정 2016.06.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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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가 구글로 전직을 원한다면 1~2%만 입사할 수 있다.'
삼성이 소프트웨어(SW)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스로 '매'를 들었다.

냉철한 내부 평가를 통해 SW 부문의 역량 미달을 인정하고 하드웨어(HW)와 SW를 아우르는 종합 정보기술(IT) 전자업체로 나가기 위한 방안을 제로 베이스(ZERO-BASE)에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SW 부문의 뒤쳐진 경쟁력에 대한 문제가 지속되면서 조직 내 SW는 '남의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까지 번지자 삼성 사내방송(SBC) 특별기획을 통해 긴급 진단에 나선 것이다.

■"삼성 SW인력, 구글 입사 어려운 수준"
삼성은 21일 삼성전자가 기획한 사내방송 'SBC 특별기획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불편한 진실'을 방영했다.

20분 가량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콘텐츠는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사 전체 임직원에게 동시 생중계됐다. 방송에는 삼성 SW의 내부 평가와 현 주소, 자가 반성의 내용이 상세하게 담겼다. SBC는 지난 1993년 삼성전자 세탁기 생산라인 불량품 제조 현장을 촬영, 이건희 삼성 회장 신경영 선언의 도화선을 제공한 바 있다.

방송에서 삼성은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있지만 그 커다란 성공 뒤에 숨겨진 SW 역량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면서 "10년간 SW에 투자 및 인력보강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어느 정보기술(IT) 기업보다 인력은 많지만, 이런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회사는 특히 그룹의 SW 인력을 대상으로 역량 테스트를 한 결과 인력의 절반 이상이 기초 수준 이하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구글과의 열위를 인정했다.

삼성은 "구글에서 필수적으로 보는 문제해결(problem solving) 능력을 우리의 역량 테스트 등급에 대입해보면 최소 프로페셔널 이상의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실제 우리 인력 중 상위 6%에 해당한다"고 했다.

방송에 출연한 한 대학 교수는 "삼성전자 SW 엔지니어는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한 것 같지 않다"면서 "지금 당장 문제해결 평가 방식으로 구글 입사를 시도 한다면 1~2%만 제외하고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SW에 대한 그릇된 인식 자리 잡아
회사는 이 같은 결과가 단지 품질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즉, SW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조직 전반에 문화로 자리 잡고 이는 곧 조직 전체의 역량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최근 중국 SW기업들의 역량 발전도 경계했다.

삼성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은 옛말"이라며 "스스로 SW 대국이라고 표현할 만큼 질적 깊이가 더해지고 있고, 실력을 가진 인재가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그러나 하던 일을 멈추고 SW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회사는 "지금 당장 우리 주력 사업들 안에서 SW는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중이나 우리가 HW를 버리고 SW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강점인 HW 거기에 SW 역량까지 동반될 때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방송에 출연한 다른 교수도 "삼성이 HW 기업의 이미지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HW를 하면서 SW도 애플과 구글 수준으로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SW 역량 강화 속도 내는 삼성전자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SW 역량 강화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조이언트(Joyent)를 인수했다. '삼성페이'와 'S헬스', '삼성녹스(Knox)' 등 기존 스마트폰 관련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늘어나는 클라우드 수요에 대비하는 자체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자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디지털 기기에 적용되는 등 영토 확장에 나서며 구글과 애플의 SW에 맞서는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SW 부문의 역량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는 더 이상 하드웨어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며 그동안 SW 역량을 동원해 만든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NOX)와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쑥쑥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W를 통한 서비스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해져 파트너사와 함께 일하는 것이 답"이라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으로부터 존경받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다음주 '삼성 SW 경쟁력 백서 2부'를 방송할 계획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