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 걸음] 중심 잃은 단통법 논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2 16:54

수정 2016.06.22 16:54

[이구순의 느린 걸음] 중심 잃은 단통법 논란

이제 어지간한 한국인들은 다 알게 된 이름 단통법.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란 길고 어려운 이름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참 많다.

누군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청와대 계신 분들과 높은 공무원들이 단통법을 뜯어고치겠다는 말을 꺼낸 뒤 논란이 들끓고 있다. 휴대폰 지원금 상한선을 높이느니 폐지하느니, 저가요금제를 쓰는 사람에게도 지원금을 많이 주도록 하겠다느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귀가 안 맞는다. 단통법을 만들 때 내가 들은 설명은 이렇다. 우리나라 국민은 1년간 평균 2000만대 정도 새 휴대폰을 산다. 휴대폰을 파는 유통점은 4만개 정도다.
유통점 하나가 1년간 500명, 한 달 40명 정도 가입자를 유치한다. 이동통신회사가 가입자 한 명당 20만원 정도 수수료(리베이트)를 지급하니, 유통점의 월평균 수입은 800만원 정도다. 이 돈으로는 직원 2명 두고 점포를 운영하면서 사장이 먹고살기는 힘들다. 그러니 유통점들은 가입자를 늘리려고 나선다. 지난달에 A 이동통신사로 유치한 가입자를 다음 달 B사로 퍼 나를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사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유통점이 다른 회사에서 빼내오는 가입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올려주게 됐다. 이렇게 쓰이는 돈이 연간 9조원이다.

동네 편의점이나 주유소보다 많은 숫자의 휴대폰 유통점을 정리하는 게 필요했다. 그래야 유통 단계에서 리베이트라는 이름으로 흘러가는 9조원을 통신망 투자나 새 서비스 개발에 쓸 수 있다.

그래서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이름의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법으로 병들어 있는 이동통신산업 유통구조를 바꿔보겠다고 했다.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 자유를 제한하고,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는 법이지만 긴급처방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단통법을 만든 이유다.

그런데 지금 단통법을 고치자는 논란 가운데는 어디에도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얘기가 없다.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단통법의 본래 목적이 달성되는 게 첫 단추라고 했는데 그 답이 없다.


지원금을 많이 줘서 소비자의 휴대폰 구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대한민국의 정보통신정책일까? 지원금은 정말 공짜로 주는 돈일까? 지원금을 주기 위해 이동통신사는 통신요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하지 않을까? 제조회사는 지원금 주겠다고 아예 출고가를 높이 부르는 건 아닐까? 통신요금도 낮추고 휴대폰 출고가도 낮추고, 지원금도 많이 주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기업들의 생존이 어려워졌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건 누굴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단통법 고치자는 논란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논란의 가운데서 정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 중심이 잡혀야 단통법 고치자는 얘기의 아귀가 맞는다.

cafe9@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