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위기 속 오아시스 찾는 국가들, 케냐] 도로·전력·수도 등 SOC 분야, 中·日기업과 기술·가격경쟁력서 승부해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3 17:02

수정 2016.06.23 22:38

아프리카성장기회법 이용 케냐산 의류·섬유제품 미국에 무관세 수출 가능보안·농업 분야도 유망
케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도로 곳곳이 움푹 패어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을 하려면 이미 SOC를 따낸 중국과 기술력,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수도 나이로비 주변의 국도. 사진=정지우 기자
케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도로 곳곳이 움푹 패어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을 하려면 이미 SOC를 따낸 중국과 기술력,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수도 나이로비 주변의 국도. 사진=정지우 기자

[위기 속 오아시스 찾는 국가들, 케냐] 도로·전력·수도 등 SOC 분야, 中·日기업과 기술·가격경쟁력서 승부해야

【 나이로비(케냐)=정지우 기자】 동아프리카의 관문인 케냐가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등 5개국으로 구성된 동아프리카 경제공동체(EAC)의 구성원이고 저소득국가에서 중소득국가로 발돋움하는 '매력적인' 나라이긴 하지만 아직 우리 기업의 진출은 활발하지 못하다.

실제 우리나라 상품은 삼성 휴대폰, LG의 가전제품을 제외하고 서민친화형 중소기업 제품 대부분이 글로벌 브랜드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 중기가 현지에 진출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 확보까지 겸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사회간접자본(SOC)도 중국과 일본이 벌써 선점한 상황이다.

여기다 케냐의 수입구조는 원유, 산업용 원자재, 기계류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일반소비재 시장은 크지 않은 편이다. 자동차, 의류 등도 중고제품 수입이 범람해 신차 딜러나 케냐 섬유제조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손병일 KOTRA 나이로비무역관장은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진출했던 외국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 투자를 했는지를 돌이켜보면 케냐 공략의 계획을 짤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수익을 얻는 것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케냐 진출 전략으로 우선 거론되는 것은 도로, 전력, 수도 등 SOC 분야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접근하지 않은 사업이다. 도로는 이미 중국이 2014년 케냐와 표준궤철도(SGR) 건설협약을 체결하는 등 인프라사업에 착수했기 때문에 빈틈을 공략하려면 중국보다 가격이나 기술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전력분야에선 땅의 열기를 전기로 바꾸는 '지열'이 포인트다. 케냐 정부의 전력공급을 보면 향후 5년간 6000㎿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인데 이 중 지열과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90%를 웃돌며 여기서도 지열발전이 핵심이다.

이미 우리 기업 한진DNB, 온에너지가 한국전력공사에 해당하는 케냐 전기발전공사와 녹색기후기금(GCF)을 활용해 지열발전 업무협약(MOU)을 체결키로 하는 등 진출 서막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수력발전은 강수량 변동이 심하며 태양열은 중국이, 풍력은 유럽이 상당수 진출해 있는 상태라서 전망이 어둡다.

손 관장은 "케냐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10%에 그칠 정도로 산업발전이 상당히 늦은 편"이라며 "그래서 케냐 정부는 SOC를 먼저 해놓고 제조업 자본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SOC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임가공 발전도 가능성이 높다. 케냐는 몸바사 지역에 식품가공 수출단지를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으며 식품가공수출, 섬유가공수출, 피혁가공수출 등 제조업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손 관장은 "케냐의 섬유산업만 해도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에 의해 미국에 무관세로 들어가고 있는데 이 분야를 우리 기업이 뚫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냐의 다른 특징은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처럼 풍토병이 많지만 의약품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치안이 부족한 만큼 보안(시큐리티) 산업에 대한 수요도 높다. 농업이 GDP의 25%를 차지한다는 것은 농업 분야 진출의 이유로 충분하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가축이 서식하는 나라 중 하나로 막대한 양의 가죽이 생산되지만 90%인 9900만달러어치가 가공 없이 생가죽 형태로 수출된다는 점도 노려볼 만하다.

이 밖에 케냐 국민의 인터넷 및 휴대폰 사용 증가, 케냐 정부의 석유개발계획, 라면.소주.과자를 비롯한 생활소비용품 시장의 지속적인 증가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나이로비가 마사이어로 '참 좋은 샘물'이라는 뜻이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게 마실 물이 없을 정도로 상수도 시설이 열악한 점 역시 우리나라 물과 상하수도 산업 기업들에 호재로 꼽힌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