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검사 홍만표의 몰락과 '빨대'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3 17:10

수정 2016.06.23 23:10

[데스크 칼럼] 검사 홍만표의 몰락과 '빨대'

지난 2009년 4월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찰 내부에 형편없는 '빨대'가 있다는 것에 대단히 실망했다. 반드시 색출하겠다"며 얼굴을 붉혔다. 빨대란 특별히 가까운 취재원을 가리키는 기자들의 은어로, 조직 내 핵심 정보를 흘려주는 사람이다. 홍 기획관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박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회갑 선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억대 명품 시계를 건넸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렇게 일갈한 것이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16년 5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홍 변호사'는 "참담하다"고 했다. 근무했던 곳에서 조사를 받게 돼 이루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홍만표라는 이름 석 자는 검찰 내에서 몇 안 되는 특수통의 상징이었다는 데 이론이 없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부정축재,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가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진승현 게이트,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유전개발 의혹 수사 등 검찰사에 획을 긋는 굵직한 수사에는 그가 있었다. 또 그는 수도권 수산물시장에서 광어, 우럭 등을 경매를 거치지 않은 채 불법유통시켜 폭리를 취한 중도매인, 비리를 묵인해준 공무원 등 120여명을 무더기로 적발, 소비자의 피해를 막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탈세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단기간에 무려 123채에 달하는 오피스텔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전관 변호사'의 대명사라는 오명까지 썼다. 그래서 검사로서 그가 가진 출중한 능력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변호사로 변신한 뒤 끝내 몰락한 그의 오늘을 안타까워한다. 특히 그는 전관 변호사로 맹위를 떨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빨대' 역할을 한 법조계 인사가 있는지, 부당한 처분을 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사실 홍 변호사 사건에서 보듯 국민의 법조계에 대한 불신은 사건이 증거에 의해 있는 그대로 처리되지 않고 이른바 '전관' 등 제3의 손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급박한 상황에 처한 사건 관계자는 최유정 변호사나 홍 변호사와 같은 전관 변호사에게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을 갖다 바치고 생각대로 처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뒤탈이 나는 것이다. 결국 변호사의 능력이 증거 수집과 방어 또는 공격을 위한 법 논리 정립, 치밀한 변론이 아니라 '빨대' 활용 등 로비력으로 평가되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법조 게이트는 언제든 터질 수밖에 없다.

비록 일각에서이긴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두고 홍 변호사와 진경준 검사장의 120억원대 넥슨 주식 특혜 의혹 등으로 검찰에 쏠린 곱지 않은 시선을 돌리기 위해 '물타기'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검찰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권 행사에 대한 불신이 오죽 심각했으면 이렇게 터무니없는 낭설이 나올까 자성할 일이지, 억울해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수남 검찰총장 역시 최근 대구 고.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 구성원들 노력에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여전히 낮다"며 "원칙에 따른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엄정한 수사와 처분을 통해 전관 시비를 불식함으로써 검찰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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