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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들, 무료보편서비스 버리고 국민 부담 늘리나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3 15:11

수정 2016.07.03 15:11

UHD TV 암호화 밀어붙여....UHD TV 값 비싸질 듯 
내년 2월 케이블TV나 인터넷TV(IPTV)를 통하지 않고 안테나를 통해 울트라고화질TV를 보려는 가정의 UHD TV 구입 비용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UHD TV를 구입한 가정에서 직접수신 방식으로 UHD TV를 보기위해서는 별도의 암호해독장치를 구입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전 국민이 무료로 UHD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별도의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주파수를 받아간 지상파 방송사들이 돌연 UHD 프로그램을 암호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UHD 프로그램이 암호화되면 TV 제조사들은 UHD TV 안에 암호를 해제할 수 있는 별도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 결국 TV 원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이미 UHD TV를 구입한 가정에서는 기존 TV에는 없는 UHD 프로그램 암호 해제용 컨버터를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UHD TV용 주파수 할당을 요구하며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내세웠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정작 주파수를 받은 뒤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개념을 버리고 암호화를 내세워 국민과 TV 제조사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상파 UHD 방송 표준방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오는 4일 공청회를 열겠다고 3일 밝혔다.

지상파 UHD 방송표준은 유럽식과 미국식이 경쟁하고 있는데, 미국식은 콘텐츠 암호화 기술이 포함돼 있어 가전사와 시청자들이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미국식은 아직 표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국내 가전회사들은 이미 표준이 확정된 유럽식으로 UHD TV를 생산중이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미국식 표준을 선택하겠다고 나선 국가는 없다. 미래부는 오는 9월 유럽식과 미국식(ATSC 3.0) 중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상파가 주장하는 미국식, 시청자·가전사 비용 증가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이 미국식으로 결정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방송 콘텐츠를 암호화해 전송하게 된다. 지상파 3사는 이미 한국정조통신기술협회(TTA)의 국내 UHD TV 표준 논의 과정에서 미국식 표준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식 표준이 국내 표준으로 결정되면 가전사들은 암호를 해제할 수 있는 장치를 TV에 추가해야 한다. 그동안 유럽식으로 UHD TV를 생산해 온 국내 가전회사들은 세계 유일 미국식 UHD TV를 선택하는 국내 시장을 위해 UHD TV를 별도 제조하는 부담도 안게 된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미국식 표준을 선택한 나라는 한 군데도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미국식 표준을 따르게 되면 국내용으로만 TV를 제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공장에서는 라인을 따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드는 비용과 사후서비스(AS) 등까지 예상하면 TV제조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라인 운영 비용이나 제품개발·사후서비스(AS) 등의 기회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TV에 암호화 해제 기술을 추가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당장 내년 2월 지상파 UHD 본방송이 시작되는데 그 전까지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료 보편서비스' 외치던 지상파방송사 돌연 말 바꿔
미국식 UHD 암호화 표준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원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모든 방송 데이터를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양방향 방송이 가능하고, 이동형 서비스도 할 수 있다.

유료 방송업계 한 전문가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미국신 표준으로 기존 유료방송사들의 서비스를 일부 대체하고, 이동형 서비스로 통신사들의 모바일 인터넷TV(IPTV)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료방송과 경쟁하겠다는 것으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주창하던 지상파 방송사의 그동안 논리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7월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700㎒ 주파수 30㎒폭을 할당받을 당시 UHD 방송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700㎒ 주파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다가오는 UHD 방송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사들이 노력하겠다"며 "문화 파급효과도 고려해서 주파수 할당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파수도 무료로 할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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