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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브렉시트의 의미와 교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7 17:20

수정 2016.06.27 17:20

[fn논단] 브렉시트의 의미와 교훈

51.9대 48.1, 영국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의 결과다. 1.9%의 영국 국민이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운명을 바꾸고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브렉시트 가결 이후 하루 동안 2조달러(2346조원)의 시가총액이 세계증시에서 사라졌다 한다. 단기적 쇼크는 일단 진정되겠지만 브렉시트의 파고는 스코틀랜드 독립, EU의 결집력 약화에 이어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반세계화 움직임이 더욱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하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이번 브렉시트 과정에서 영국 국민은 찢어지고 갈라섰다. 저소득층 찬성·고소득층 반대, 노년층 찬성·청년층 반대, 잉글랜드 찬성·스코틀랜드 반대 등 계층, 세대, 지역 간 갈등이 표출되었다.
브렉시트에 대한 찬성 우세는 세계화에 이득을 보는 계층도 있지만 별로 이득이 없거나 손해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계층이 더 많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시원하게 탈출하지 못하면서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의 어두운 이면이 더욱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 입장에서 저성장은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겠지만, 이를 모두 EU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분명히 이성적 결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수결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민을 자극적으로 선동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한 중우정치의 재발 가능성은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한다. 특히 찬반의 차이가 미소하기 때문에 영국 국민 간에 증폭된 갈등 봉합도 쉽지 않고, 된다 하더라도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브렉시트를 강 너머 불구경하듯이 수수방관할 때는 아니다. 브렉시트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임은 명확하지만 EU라는 세계 최강인 경제블록의 약화가 우리 경제에 반드시 불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브렉시트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등과 같은 외형적 측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국민도 영국 국민과 같이 중차대한 국가 사안에 대하여 사분오열되어 근시안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점검과 대비가 더 중요하다.

가장 세계화된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는 지역·계층·이념 갈등이 첨예한 데다 최근에는 세대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억제되어 있는 양극화의 반발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사고사건들도 예사롭게 넘어가지 못하고 시끌시끌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폭발을 앞둔 불안한 에너지의 누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는 박정희 대통령의 1차 경제도약 이후, 1988년 올림픽으로 상징되는 제 2차 도약,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제 3차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국가이다. 세계 경제가 수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이 시점에서는 저성장에도 지속 가능하도록 고도성장기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기업·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기성세대·신세대 등으로 분열되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연대성을 복원·강화할 수 있는 국민 대통합 정책 마련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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