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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2018년 영국의 후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9 17:04

수정 2016.06.29 17:04

[fn논단] 2018년 영국의 후회

때는 2018년 4월 초. '독립일'이라고 환호하며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탈퇴가 결정된 지 거의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웬걸. 경제가 영 말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했던 것보다 더 경제가 급강하했다. 2015년 2.5%의 경제성장률이 2016년에는 1%로 떨어졌다. 원래 정부가 예측했던 2%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탈퇴 결정 후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었고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2017년에는 경제성장이 0.5%로 떨어졌다.

EU와의 탈퇴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새로운 형태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진전이 없다. 요양보호사나 청소부가 부족해졌다. 보통 폴란드나 헝가리 등 2004년에 신규 EU 회원국이 된 사람들이 영국으로 와서 이런 일을 많이 맡았다. 그런데 탈퇴 국민투표 후 이곳에서 일하던 이들이 떠났고 이 자리를 영국 사람들이 채우지 않았다.

영국인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지중해 해안으로 여행을 가는 데 파운드화가 최소 30%는 폭락해 국민투표 이전보다 최소한 수십만~수백만원의 여행경비를 더 쓴다. 인내심이 많았던 영국 국민들이 계속해 구시렁거린다. 탈퇴에 투표한 사람들은 내가 그때 왜 그랬지라고 때늦은 후회를 한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니콜라 스터전 당수가 이끄는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은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를 묻는 2차 주민투표를 관철시켰고 두 달 후에 투표가 치러진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압도적으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EU 가입을 지지한다. 결국 수세에 몰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조기 총선을 약속한다. 연합왕국으로서 영국을 지키기 위해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이전인 5월 말에 총선이 치러진다.

유럽통합을 가장 지지하는 자유민주당, EU에 어중간한 입장을 지닌 노동당이 EU 잔류를 약속하는 공약을 내세웠고 총선에서 어느 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탈퇴를 앞장서 주장했던 보리스 존슨이 이끄는 보수당은 노동당보다 의석을 적게 확보했다.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연립정부 협상에 착수했고 연정 문서에 EU 잔류를 포함했다. 다행스럽게도 EU와의 탈퇴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영국과 EU는 이 협상의 종결을 선언했고 영국은 다시 EU 회원국으로 남게 되었다.

위의 가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영국 경기 침체의 폭과 지속 여부다. 탈퇴 지지자들은 EU에서 나오면 영국 경제가 당분간은 하락하겠지만 곧 호전될 것이라는 낙관에 차 있었다. 그런데 경기침체가 2년 넘게 계속되고, EU 27개 회원국의 경제가 영국 경제성장률을 계속해 앞지르기 시작했다면, 실리적인 영국인들은 이를 놓칠 리가 없다.

국민투표를 치르게 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만고의 역적이 되어 사람들의 '안줏감'이 된다. 정치지도자라면 판단을 잘 해야지, 왜 인기영합적인 바람에 휩쓸려 국민투표 카드를 던졌고 나라를 분열시키고 이런 경기침체를 초래했느냐며 많은 언론에서 비난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이렇게 하여 영국과 EU의 '이혼 소송'은 중단되고 영국은 다시 '유럽'의 품으로 돌아온다. 영국은 국제무대에서 창피를 톡톡히 당했지만 늦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이리하여 스코틀랜드는 영국에 계속 남게 되었다.


앞으로 영국 경제의 향방과 정당들의 대응방안을 보면 이런 시나리오가 얼마나 현실이 될지 가늠할 수 있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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