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렉시트 이후] '분노유발자' 캐머런, EU에 브렉시트 책임 떠넘겨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9 17:45

수정 2016.06.29 17:45

브렉시트 후 첫 EU 정상회의
메르켈 "英 대가 치러야.. 이익만 갖는 협상 없어"
캐머런 "탈퇴 결정 원인, EU 이민정책 실패 때문"
영국이 유럽연합(EU)에 '감정적 이별'을 고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됐던 EU 정상회의에서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브렉시트 번복 선언은 없을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브렉시트 책임 소재와 향후 양측 관계에 대해서는 팽팽히 대립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 첫날 저녁 만찬 후 "영국은 이제 유럽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슬프지만) 브렉시트는 현실이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고 필요한 해결책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EU 회원국 탈퇴 절차)에 대한 재논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방침을 굳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머런 총리가 EU에 '감정적 이별(Emotional Farewell)'을 고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가디언은 EU 측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을 존중하는 기존 입장을 굳히고 있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가디언에 "EU는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거부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도 (브렉시트 번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의 결별이 정리되는 모습 한편으로는 브렉시트를 막지 못한 책임 소재에 대한 기싸움도 벌어졌다.

FT는 프랑스 측 EU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캐머런 총리가 "이민자정책에 '비상 제동'을 걸었다면 브렉시트를 막을 수 있었다는 내 생각에 EU 관계자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U 관계자들이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의 이 같은 지적에 EU 관계자들이 격분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가디언에 "국민투표는 캐머런 총리가 시작했고, 스스로 패했다"며 "본인의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이 단지 이민자 문제로 EU를 탈퇴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캐머런 총리는 EU가 너무 관료주의에 얽매여 있다고 영국 국민에게 끊임없이 주입해 왔으며, 유권자들이 당신 말을 믿은 것"이라며 캐머런 총리에게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향후 EU와 영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견이 오갔다. 영국은 지속적으로 유럽과 협력하길 원하지만, EU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과 유럽이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디언은 그가 "비용 없이 EU 소속국으로 누리던 이익을 가질 순 없을 것"이라며 "다음 정부도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EU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EU 정상회담에 앞선 독일 의회 연설에서 "협상이 체리피킹(이익만 골라 취함) 원칙에 따라 진행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영국이 회원국으로서의 일부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EU 재화.서비스 단일시장에 온전히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도 "영국이 EU와 페이스북의 '복잡한 관계' 같은 상태로 있을 순 없을 것"이라며 "결혼과 이혼, 그 중간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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