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월드리포트] 브렉시트 반긴 트럼프, 끝까지 웃을까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1 17:26

수정 2016.07.01 17:26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월드리포트] 브렉시트 반긴 트럼프, 끝까지 웃을까

지난주 예상치 못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결정에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브렉시트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렉시트를 지지한 영국 민심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지지 심리에 깔린 유권자의 불만과 본질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높고 백인이며, 덜 부유하고, 대도시보다는 지방 주민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기득권에 대한 분노, 이민자에 대한 반감, 잃어버린 국가 자부심 등 양국 상황도 비슷하다.

반이민.반자유주의.반엘리트주의를 강조하며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꿰찬 트럼프는 이미 브렉시트 결정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위대한 결정'이라고 치켜세우며 "국경을, 통화를, 더 많은 것을 되찾기를 희망하는 영국인이 보여준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다르게 미국 내에서는 이번 파장이 누구에게 유리할지 전망이 엇갈린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민주당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임은 확실하다. 영국 유권자는 브렉시트가 가져올 전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다.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보다는 엘리트, 전문가, 정치인들이 국가를 이끄는 방식과 다른 국가에 의해 자국의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더 컸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가 공략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불만 및 분노와 맞닿아 있다. 월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데다 세계화로 인한 이민자 증가와 자유무역이 자신들의 일자리 등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월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워싱턴 기득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의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브렉시트 결과를 지켜본 민주당은 자신들이 유권자의 분노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심 불안해하는 눈치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클린턴에 대한 지지율이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를 앞서고 있지만 이 같은 결과가 미국 유권자의 분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결과도 이전 여론조사 결과와는 반대였다.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영국에서 실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을 다소 앞질렀다.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대선 승리를 거머쥘지는 모를 일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인 6월 28~29일 양일간 10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3%의 지지율로 39%의 지지를 얻은 클린턴을 앞질렀다.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와는 상반된 결과다. 브렉시트 결정 이전에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최근 다수의 설문조사 결과를 평균 낸 결과 클린턴은 44.4% 지지율로 39.4%의 지지율을 얻은 트럼프를 앞섰다.

그러나 브렉시트 결정이 트럼프에게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브렉시트 결정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시장이 요동치는 등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정치경험이 없는 트럼프보다는 퍼스트레이디, 연방상원 의원, 국무장관 등을 거친 '정치 베테랑' 클린턴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분석이다. CNN도 워싱턴은 브뤼셀 같은 외부 기구가 아니라는 점, 양당 후보 중 하나를 택하는 선거와 이슈 찬반투표는 다르다는 점, 국민투표와 대선이라는 차이, 인구구성이 다르다는 점 등 4가지 이유를 들면서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선까지 4개월 남짓, 영국의 교훈이 미국 대선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sjmary@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