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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서민·중산층 내팽개치고 성장?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1 17:26

수정 2016.07.01 17:26

윤정남 정치경제부 차장
[여의도에서] 서민·중산층 내팽개치고 성장?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내수와 수출 모두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파를 반영한다면 성장률은 더욱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2.8%)과 동일한 수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내놓은 전망치(2.7%)보다 다소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 민간연구소는 2.4~2.6%를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치는 내수가 부진한 상태에서 믿었던 수출마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수출액은 453억달러를 기록, 작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수출 감소폭이 3월 -8.2%, 4월 -11.2%, 5월 -6.0%로 점차 커지던 추세는 멈췄지만 지난해 1월부터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 단가가 다소 회복됐지만 물량 면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 부진이 이어지자 수출 대신에 내수 확충을 통해 성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일부 정치권에서 소득 주도형 경제성장에 대한 논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즉 임금을 인상시켜 내수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만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며 증가해 나갈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내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경제는 정부, 기업, 가계가 톱니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한다. 하지만 재정과 기업에만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기업에 대한 지원이 '떡'이라면 가계에는 '떡고물'조차 없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추경 약 10조원을 포함한 총 20조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기로 했다. 사실 올 상반기 전체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서 재정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 1.4분기 성장률은 0.5%. 이 중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는 제로(0%), 재정기여도는 0.5%였다. 정부가 '단독 드리블'로 전체 경제를 견인한 셈이다. 가계와 기업이 담당해야 할 부분을 재정이 메꾸면서 전체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정부는 10년 이상 지난 경유차를 새 차로 교체하면 6개월 동안 개별소비세를 70% 깎아주고, 3개월 동안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전자제품을 사면 제품 가격의 10%를 돌려주기로 했다. 또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각종 할인행사와 공휴일 확대를 통해 내수진작을 꾀하고 있다.

문제는 재정은 성장률 방어를 위한 실탄에 그치고, 개별소비세 인하 등 단기부양책은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결국 '소비절벽'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1200조원을 훌쩍 넘긴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는 서민과 중산층으로 하여금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구조인 데다 청년층 실업은 미래세대의 희망을 앗아가는 심각한 사회문화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 빚쟁이→소득 감소→소비위축→내수부진→투자 감소→장기침체'의 사이클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내수진작은 서민과 중산층의 지갑을 채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대책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서민이나 중산층에게도 '떡고물' 정도는 집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를테면 '최저임금 인상' 말이다.

yoo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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