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창업 재도전 환경 만들자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4 16:55

수정 2016.07.04 22:19

[기자수첩] 창업 재도전 환경 만들자

"미국에서 이력서를 볼 때 창업에 실패했다고 하면 사업을 해본 '경험'에 점수를 주지만, 한국은 '실패'에 초점을 맞춰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한국의 창업시장을 바라본 한 외국인 기업인의 말이다.

최근 만난 재도전 기업가들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업실패 후 가족, 직원, 주변사람들에게 나쁜 사람이 돼버린다. 범죄자 못지않은 취급은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비참한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창업실패인데 한국과 그들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재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미국에서 평균 창업횟수는 2.8회에 달하지만 한국은 수많은 실패 기업인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재도전의 기회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창업과 함께 재창업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원 규모가 커지고,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재도전 기업인이 실패를 극복하고 재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건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듯하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재기 기업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한계가 있다. 대부분 신용불량자가 되다보니 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리기 쉽지 않고, 사업 실패 후 밀린 세금도 문제다. 이렇다보니 중기청 재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중진공에서 지원받은 자금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 발생한다. 사업자 등록증 발급을 거부당하거나 지원받은 자금이 체납한 세금 이자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창업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 차원의 재도전 패키지 지원 대상 기업의 경우 세금 이자 납부기간을 유예하거나 정책금융기관에서 재기 기업인을 좀 더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창업과 함께 재창업을 장려하며 창업생태계의 선순환체계를 구축하려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창업 성공확률은 실패확률보다 훨씬 낮다. 창업을 장려할수록 재도전하는 기업인은 늘어난다. 이런 가운데 실패를 경험한 기업인이 재창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창업에 나선 이들이 과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을까. 창업생태계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창업자 못지않게 재도전 기업인이 다시 걸음마를 하고 스스로 설 때까지 지원이나 보호장치 없이, 청년 창업자에게 창업에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대학입시부터 사업까지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가장 큰 실패는 포기하는 것"이라고.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포기' 대신 '희망'을 찾아 재도전했던 마윈처럼 한국에서 '제2의 마윈'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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