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팅

감정(感情)도 계산해 내는 인공지능(AI) 탄생할까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5 11:00

수정 2016.07.05 15:23

마음도 프로그램화할 수 있나소니 "심리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사진=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스틸컷
사진=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스틸컷
로봇과 인간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할까? 인공지능(AI)이 연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감정을 느낀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앞으로는 사랑이나 정(情)과 같은 복잡미묘한 정신 작용을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영화는 고도로 발달한 AI를 인간과 사랑에 빠지거나 미묘한 감정을 가진 것으로 묘사했다. 1999년 개봉한 로빈 윌리엄스 주연 <바이센테니얼 맨>의 집안일 로봇 ‘앤드류‘는 나무조각품을 만드는 등 예술적인 감각을 가진 AI다. 앤드류는 로봇으로 생산됐지만 사람과 사랑이나 정(情)을 나누며 로봇답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연의 영화 <A.I>의 데이비드 역시 감정을 가진 로봇이다.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램된 데이비드는 한 가정에 입양된다.
그러나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서 버림받는다. 데이비드는 진짜 인간이 되면 엄마로 여기던 모니카가 자기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긴 여행을 떠난다.

두 영화 모두 감정 로봇을 같은 인간으로 쉽게 인정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을 그렸다. 근본적으로 태생이 다른 존재에게 ‘인간’ 자격을 주는 결정은 난해한 문제다. 이런 고민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겠지만, 현재 우리에게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인간을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게 하는 화두다.

▲사진=영화 <AI> 스틸컷
▲사진=영화 스틸컷
최근 SONY가 인간과 정서적 유대관계가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SONY가 로봇 애완견 AIBO 출시 이후 10년 만에 다시 AI로 눈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소니 CEO 카주오 히라이는 최근 일본의 한 행사장에서 “심리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SONY의 이런 시도는 감정을 프로그램화해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에 기반을 둔다. 뇌의 물리적 활동이 인간의 의식을 가져온다고 전제하면 뇌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을 입힌 존재도 의식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물론적 세계관의 일종이다.

반면에 일부 철학자들은 인간 의식을 물리적인 활동과는 동떨어지게 생각하기도 했다. 프랑스 철학자 말브랑슈(Malebranche)는 “정신과 육체가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신이 매 순간 그렇게 보이도록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Leibniz)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그는 “신이 창조 순간부터 정신과 육체가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공지능학은 유물론을 기반으로 한 계산주의(computationalism)나 연결주의(connectionism) 방법론으로 발전하고 있다. 계산주의는 인간의 마음을 하나의 정보처리 과정으로 여긴다. 감정도 마치 컴퓨터가 계산하듯 뇌가 활동해서 얻은 결과라는 다소 차가워 보이는 주장이다.

연결주의는 기본적으로 계산주의와 같은 기조다. 다만 정보처리 과정이 계산주의보다 복잡하고 병렬적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마음은 각 신경세포의 대규모 연결망 속에서 상호작용으로 얻은 결과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신경망 모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인간 특징 중에 감정, 생각, 자의식, 지적활동 등 정신적인 영역을 탐구하는 인공지능학을 우주나 심해(深海) 연구보다 어렵다고 여긴다. 우주나 심해를 연구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만, 인공지능학은 그조차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SONY 앞에 닥친 문제가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로 보이기도 한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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