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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스타트업 쇼핑, 新풍속도'..직접 고르고 직접 투자한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5 16:20

수정 2016.07.05 16:20

국내 대기업들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투자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통상 자체 연구개발(R&D)이나 인재영입, 간접적인 지분투자 형태로 신사업을 확대해 온 대기업들이 최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직접 설립해 자기 사업에 도움이 될만한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CVC란, 외부 출자자를 별도로 모집하지 않고 기업이 직접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삼성벤처투자가 대표적이다. 또 최근 신기술금융사의 자본금 요건이 기존 200억원에서 100억원 수준으로 완화되면서,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국내 벤처생태계에 긍정적 변화로 여겨진다. 특히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투자는 장기적 비전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자금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창업 생태계 전반의 질적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 이어 롯데, 미래에셋 잇따라 스타트업 지원
5일 VC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와 타임와이즈(전 CJ창업투자), 한미벤쳐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만든 신기술금융사 및 창업투자회사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롯데그룹과 미래에셋그룹은 각각 롯데액셀러레이터와 신성장 벤처펀드 등을 만들어 창업 생태계에 뛰어든 상태다. 이는 지난해 전국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당시 전담 기업 수준에 머물렀던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 DNA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나타난 변화로 풀이된다.

이들의 공통 목표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다. 삼성은 국내에 VC는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삼성액셀러레이터까지 세워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며, 최근 CJ, 한미약품, 롯데, 미래에셋 등도 이와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페이팔 마피아’로 대표되는 국내외 IT 기업들의 벤처생태계 선순환과 닮은 꼴이다. 2003년 미국 청년사업가들은 모바일 결제업체 '페이팔'을 글로벌 유통업체인 '이베이'에 2조원이 넘는 가격에 매각한 뒤, 확보한 자금으로 유튜브(스티브 첸), 테슬라(엘론 머스크), 링크드인(리드 오프먼) 등을 세우며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고 있으며, 국내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만든 케이큐브벤처스가 대표적이다.

또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의 벤처투자 부문 자회사인 'GV(옛 구글 벤처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MS 벤처스'를 비롯해 최근 애플과 아마존 등도 차세대 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사업부 신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한 VC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상당 수준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사업을 키우기에는 글로벌 경기도 안 좋고 기술 트렌드도 너무 빨라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대신 외부에 우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키워서 신사업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CVC 투자가 전체 VC 투자 중 10% 내외였지만, 최근 30%대를 넘어선 것도 글로벌 기업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해외VC 유치 전략 통해 글로벌 M&A 활성화 이뤄야
이와 관련 국내외 VC 및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CVC 진출을 적극 환영하면서도 해외 VC도 함께 들어와 벤처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는 해외VC를 이스라엘 현지에 유치하면서 글로벌 M&A를 활성화 시켰다. M&A 시장 활성화는 곧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간이 빨라지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요즈마펀드 관계자는 “국내 VC 업계가 해외 VC와 손을 잡아 국내외 벤처 투자를 확대하면,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기술 및 서비스 트렌드를 재빨리 따라가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며 “VC 간 경쟁도 활발해지기 때문에 제 값을 주고 인수하는 문화도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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