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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착한 개발은 없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7 17:16

수정 2016.07.07 17:16

[차장칼럼] 착한 개발은 없다

원전 몇 기를 더 지으면 모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서울의 노후 아파트단지를 한꺼번에 재건축한다면 주거문제가 일거에 해소될까. 임대주택 20만가구를 서울 도심 곳곳에 배치한다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이런 개발은 대부분 공익을 위한 착한 개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개발의 공익성에 흠집이 가기 시작한다. 항상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 쉽사리 존재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일까. 개발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는 법인이나 지자체는 100% 공익만을 위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무수한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원전부터 임대주택, 재건축, 재개발 등은 갈등이 없는 사례를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최악의 경우 개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이 극한대립해 개발이 무산되거나 장기간 지체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서울시와 강남구가 행복주택 문제로 또다시 부딪혔다. 지난 몇년간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로 충돌하더니 이번엔 수서구 727 행복주택 부지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이 부지는 수서역에 인접한 금싸라기 땅이다. 임대주택 수요자 입장에선 교통 수혜를 볼 수 있어 좋고 주거난도 다소 해결될 것이다.

다만 강남구 입장에선 서울시의 해법이 탐탁지는 않은 모양이다. 인근지역에 1900여가구의 공공임대주택 부지가 조성되는 데다 강남구 입장에선 수서 역세권을 대형공원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잡혀 있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서울시에 여러 번 대체부지를 제안했다는 게 강남구 측의 주장이다. 강남구는 개포동 수정마을과 역삼동 765-22번지(지하철분당선 한티역 7번 출구 앞) 등을 대체부지로 제시했었다.

최근 갈등의 양상을 님비(NIMBY) 혹은 핌피(PIMFY) 등의 이분법적 프레임으로만 보기에는 좀 아쉽다. 통상적으로 반대 측의 의견이 충분이 전달되기 전에 개발 추진 절차가 앞서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잡음 없이 갈등을 해결하려면 최초 계획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게 된다. 다행히도 국내외 개발사례 중엔 참신한 아이디어와 끈기 있는 대화로 갈등을 극복한 경우도 많다.

일본의 대표적 복합개발단지인 롯폰기힐스의 경우 민간업체인 모리빌딩이 14년간 400여명의 지주를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북 구미시는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히는 화장장을 건립하는 데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 반발을 해소했다. 시는 45일간 후보지를 공개모집하고 화장터 부지로 확정된 마을에는 50억원의 주민숙원 및 편의사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을이 속한 읍.면.동 지역에는 100억원의 기금을 지원하겠다는 인센티브까지 내걸어 잡음 없이 화장터를 건립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착한 개발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슬기로운 갈등해결 과정이 개발결과를 더 빛나게 할 뿐이다. 정부부처와 지자체 간 다양한 갈등해결 사례를 발굴해서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유연히 적용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ksh@fnnews.com 김성환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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