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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H 의견제출 연기 요청은 '퇴짜'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8 18:03

수정 2016.08.05 13:30

공정위, M&A 심사 7개월이나 끌더니…
11일까지 의견서 내야해 "충분한 소명 준비 불가능 보고서 볼 시간조차 부족"
15일 전원회의 준비하는 상임위원들도 검토 빠듯
"애초에 의견들을 생각없어" 업계서도 비판 목소리
SKT-CJH 의견제출 연기 요청은 '퇴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M&A)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 제출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1일 SK텔레콤이 신청한 M&A 심사에 대해 법적 심사기한의 두 배에 가까운 217일이나 심사시간을 들여 보고서를 작성해놓고도, 정작 심사 보고서에 대해 기업들이 소명은 커녕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볼 여유도 없을 시간인 7일 내에 의견서를 내놓으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정부부처 안에서 조차 시간을 너무 끌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심사기간을 끌더니, 기업들의 의견제출이나 전원회의에 참석해 최종 심사를 결정할 공정위 상임위원들에게는 심사보고서 조차 재대로 검토할 시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위가 자칫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전원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끌어가려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 7개월 시간 끌더니 기업엔 심사보고서 읽어볼 시간조차 안줘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공정위의 M&A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제출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지난 4일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받았는데, 불과 7일 뒤인 11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정해진 시한이 촉박하다며 의견제출 기한을 각각 7월 25일, 8월 4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각사와 공정위 간 이미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며, 과거 사례 등을 고려해 의견 제출 기한을 연장해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기업결합 사건은 심사보고서를 받기 이전에도 각사가 심사보고서 내용상 주요 쟁점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이번 사건의 경우 이미 의견제출 기회도 충분히 보장됐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의견제출 기한 연장을 거부한 공정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SK텔레콤은 "검토할 분량이 많아서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한 것인데 이를 거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렇게 결정된 이상 기한 내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도 "7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심사기간과 비교해 1주일은 지나치게 촉박하다"며 "방통융합 사안이라는 복잡성을 고려할 때 충실한 소명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고,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상임위원들, 4일만에 복잡한 사안 검토 가능?
더 문제는 공정위의 최종 입장을 결정할 상임위원들이다.

상임위원들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와 기업의 의견을 모두 꼼꼼히 검토하고, 연관된 법률이나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종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공정위는 다음 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결국 공정위 사무처가 7개월 이상 걸려 조사하고 작성한 보고서와 기업들의 의견을 1주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모두 검토하고, 의견까지 정해야 하는 것이다. 방송업계 한 전문가는 "공정위 상임위원들이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심도있는 검토가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 업계 한 전문가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방송통신 환경에서 공정위는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류를 검토하더니, 정작 당사자인 기업들에게 1주일만에 의견을 내놓으라고 종용하는 것은 애초부터 기업들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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