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이오산업 세계화, 정부가 나설때

지난 2004년 줄기세포를 복제한 황우석 박사 신드롬은 당시 바이오 열풍으로 이어졌다. 바이오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 속에 마크로젠, 이노셀, 메디포스트 등 바이오 1세대의 틀이 마련됐다. 2005년 말까지 이어져온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2009년 바이오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국 정부도 바이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으면서 다시 한번 바이오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들이 가시적 연구성과, 제품 상용화라는 결과물을 보이지 않자 국민은 물론 정부의 관심은 이내 사라졌다.

셀트리온, 메디포스트 등 1세대 바이오기업의 성공 신화, 삼성 등 대기업의 바이오 투자 확대와 가시적 성과가 이어지면서 최근 국내에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바이오산업 관련 규제 완화와 다양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바이오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과거에도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바이오산업 육성을 약속했지만 이내 관심 밖으로 밀려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성과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탕주의를 노리는 바이오기업의 난립도 한몫했다.

바이오기업의 성공 여부는 단기간에 평가하기 어렵다. 유전체 분석기술이나 바이오신약 등의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9년간 긍정적 결과가 나왔더라도 막판에 가서 개발이 백지화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아직 정부는 바이오산업을 단순 제조업으로 취급하고 있다.이렇다 보니 탄탄한 연구성과와 제품 상용화 가능성이 있어도 결실이 없으면 주목받지 못했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셀트리온, 유전체 분석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마크로젠,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한 메디포스트, 면역항암세포치료제를 개발한 녹십자셀(과거 이노셀) 등 지금은 성공한 1세대 바이오기업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렇다보니 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은 "어찌 보면 정부가 기대하는 글로벌 바이오강국 실현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꾸준히 이어졌다면 이미 실현됐을지도 모른다"고 푸념한다. 유전체 분석, 줄기세포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 국내 바이오 기술력은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까지 올라갔다.
기업의 경쟁력은 갖춰진 셈이다.

이제는 정부 차례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갈지, 아니면 과거의 전철을 되밟을지는 바이오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긴 안목과 적극적인 지원에 달렸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