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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그리스의 잔류, 영국의 탈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0 16:50

수정 2016.07.20 16:50

[fn논단] 그리스의 잔류, 영국의 탈퇴

영국의 국민투표 후 두 개의 G(Greece, Great Britain) 중 먼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영국 내에선 투표를 다시 하자는 소리도 나왔고, 세계적으로 이에 공감하는 기류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린에 이어 새로 선출된 테리사 메이 총리는 '탈퇴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면서 재투표 가능성을 일축했다. 윌리엄 헤이그 전 보수당 당수도 데일리텔레그래프 기고에서 '높은 투표율로 민의가 표시된 이상 민주주의사회라면 이를 존중하는 게 당연하다. 본인 자신도 본래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투표결과가 나왔으므로 이제 탈퇴를 위해 모두 힘껏 아이디어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스도 영국도 국민투표 전엔 전문가들 사이에서 EU에서 탈퇴하는 건 '경제적 자살행위'라는 얘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그리스엔 효력이 있었지만 영국에는 효력이 없었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그리스는 EU에서 지원을 받는 수혜국인 반면, 영국은 지원을 해야 하는 부담국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점에 대해 컬럼비아대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그에 따르면 영국은 유럽 중에서 성장률이나 실업률 측면에서 우등생이다. 그런데 그 영국에서 왜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까.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유럽에선 인력이동과 이민의 자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실업을 줄이고 고용기회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국가, 예컨대 영국 등은 고용창출에 힘을 쓸수록 해외로부터의 이민이 늘고 그 혜택을 외국인들이 갖게 된다는 불만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은 임금 정체와 일자리 경쟁 격화가 심하게 되고, 중간소득층도 세금부담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또 영국의 EU 탈퇴는 최근 시장이 다소 안정되곤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유럽에 미치는 파장이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할 거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특히 뉴욕대학 누리엘 루비니 교수 등은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정치구조의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향후 유럽에선 정치적으로 중도정당에 대한 지지는 하락하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정당은 갈수록 높은 지지를 받을 거라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극단적인 주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그리스 등 EU에서의 주변국, 즉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건 좌파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스페인의 포데모스, 포르투갈의 공산당 등이 대표적 예로 이들은 EU의 수혜국으로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EU의 핵심국가에선 우익정당이 힘을 얻고 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선택'이라든지 프랑스의 '국민전선'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 극단적 우파가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 국가들은 모두 고소득국가다. 따라서 EU 잔류 때문에 발생하는 소득이전 부담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국이 EU를 탈퇴한 후 EU 주변국인 스페인의 총선거에서 EU 잔류파가 세력을 확장한 건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향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EU 핵심국가들은 그동안 영국이 담당했던 몫까지 부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영국의 EU 탈퇴는 잠시 진정 국면이었던 EU 내의 남북문제가 재차 표면화되고, 분담금 증가와 함께 고소득국가들에서도 탈퇴 이슈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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