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이런 시급!' 지키는 게 더 시급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1 17:14

수정 2016.07.21 17:14

[데스크 칼럼] '이런 시급!' 지키는 게 더 시급

지방 고등학교에서 지옥 같은 입시과정을 거쳐 '인서울'(서울에 위치한 대학교 입학)에 성공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그러나 입시지옥을 빠져나왔더니, 알바(아르바이트) 지옥이 기다렸다. 1000만원에 가까운 거액의 대학 등록금은 지방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이 감당하기엔 벅찼기 때문이다. 움직이면 돈이 드는 서울에서의 생활비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알바를 찾아나섰다.
첫 알바 장소는 편의점이었다. 2014년 11월 초였다. 시급은 4200원으로 시작했다. 편의점 주인은 2∼3개월 후 시급을 올려주기로 약속했다. 그해 최저시급은 5210원이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해가 바뀐 2015년에도 시급은 그대로였다. 그해 정부가 최저시급을 5580원으로 인상했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참았다. 그러던 중 알바를 그만두게 됐다. 그러나 편의점 주인은 정부가 정한 최저시급은커녕 밀린 시급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분통이 터졌다.

그 후 전단지 알바를 시작했다. 시급은 5000원이었다. 사장이 처음부터 3개월 정도 일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루에 3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계단 오르내리면서 전단지를 돌렸다. 2개월 정도 일한 후 사정이 생겨 알바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장은 계약 위반이라면서 시급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일련의 내용은 알바 대학생이 겪은 피해사례 중 일부다. 고용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알바생들을 울리고 있는 단면이다. 우리나라에 최저시급이 법으로 보장되는데도 말이다. 아들뻘이나 조카뻘 알바생들의 시급까지 떼어먹는 행태에 화가 난다. 그 돈 벌어 부자 될까. 그러나 엄연한 대한민국의 어두운 단면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는 263만7000명이다. 전체 근로자의 13.7%다. 이처럼 최저임금제도가 실효성이 없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고용주가 최저임금제도를 위반해도 처벌이 비현실적인 점을 이유로 꼽았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위반해도 처벌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최저임금법 위반건수는 6081건이었다. 그중 사법처리건수는 12건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고용주에게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처벌을 완화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뭔가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647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7.3% 오른 금액이다. 경영계도 노동계도 불만을 터뜨렸다. 경영계는 가뜩이나 불황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노동계도 최악의 인상률이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든, 노동계든 양측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보다 적정선의 최저임금을 지키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고용주들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거나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이 지켜지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물론 최저임금 위반 시 처벌규정과 단속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더 이상 청년의 입에서 "이런 시급, 이마저 안 지키면 히잉∼"이란 울먹임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산업2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