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농업 공기관들, 이색 공적개발원조 눈길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1 18:22

수정 2016.07.21 22:35

ODA·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조
KOPIA 캄보디아 센터 닭 사육기술 전수 앞장
병아리 폐사율 22%P ↓ ..아시아 6개국 등 20개국 매년 청년 100명씩 연수
현장경험·기술공유 '윈윈'
병아리 사육법을 배우고 있는 캄보디아 농민들.
병아리 사육법을 배우고 있는 캄보디아 농민들.

도로를 놔주거나 학교.병원을 세워주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공적개발원조(ODA)의 모습이라면 이색 ODA를 시도하고 있는 농업 공기관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닭 소비가 늘자 닭 키우는 법을 전수해 농가 소득을 높이고 이를 마을 수익원으로 만드는가 하면 청년 연수생을 파견해 경험과 기술을 맞교환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을 필두로 국립종자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닭 모자란 캄보디아에 사육법 전수…생산량 늘어

인구 1500만명이 조금 넘는 캄보디아에서는 닭 소비량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소비량을 생산이 따라가지 못했다. 비싼 사료와 높은 병아리 폐사율 때문이었다.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캄보디아 센터 관계자들은 여기에 착안했다. KOPIA는 농진청이 운영하는 일종의 해외 ODA 사무소로 20개 개발도상국 현지 협력기관 내에 설치돼 있다.

"닭과 같은 육계는 개발도상국 농업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품목입니다. 빨리 자라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을 금방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병아리들이 잘 죽고 사료를 구입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KOPIA 캄보디아 센터에서 근무했던 농진청 이우문 팀장의 얘기다.

센터는 캄보디아 농업연구개발원과 함께 5개 마을을 대상으로 닭 등 육계 사육기술 전수에 들어갔다. 우선 사료비 절감에 공들였다. 그동안 캄보디아에서는 쓰지 않던 옥수수와 벼농사 부산물인 싸레기를 사료로 활용했다. 그 결과 사료비 부담이 기존보다 22.5% 절감됐다.

닭 키우는 법을 공유하면서 일찍 죽는 병아리도 크게 줄었다. 육계 사육 기술 교육을 전수한 이후 캄보디아 내 병아리 폐사율은 27%에서 5%로 낮아졌다.

사업 초기 센터는 약 2만 달러를 들여 캄보디아 농가에 계사를 신축해주고 병아리와 사료비를 지원했다. 이후부터는 순조로웠다. 캄보디아 농가들은 닭 판매 수익금에서 지원금과 이자를 떼 마을 자조금으로 적립했다. 현재 4만3000달러가 적립됐다. 캄보디아 직장인 1인당 평균 월급이 2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꽤 많은 돈이다. 이는 향후 마을회관이나 공동 우물 등 마을 전체를 위해서 활용된다.

이 팀장은 "사업 성과가 지역에 알려지면서 수익이 높은 산란계 농가를 포함한 주변 마을에서도 참여를 원했다"고 알렸다. 시범마을은 작년 3개 마을(70개 농가)에서 올해 5개 마을(139개 농가)로 확대됐다.

KOPIA 캄보디아 센터가 닭 키우는 법을 전수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와 밀접하게 연결된 ODA 절차 덕분이었다. 캄보디아 ODA에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현지 협력기관이 참여하기 때문에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반영한 현장감 넘치는 사업이 많다. 해당 국가의 농민들이 실제로 원하고 있는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전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장경험-기술공유 윈윈하는 청년 ODA

KOPIA센터는 아시아 9개국(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스리랑카, 태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아프리카 6개국(케냐, 알제리, 에티오피아, 우간다, 세네갈, 짐바브웨), 중남미 5개국(브라질, 파라과이, 볼리비아, 에콰도르, 도미니카공화국)에 설치돼있다.

농진청은 이들 20개국 KOPIA 센터에 매년 100명의 청년을 보내고 있다. 오는 8월 1일에는 청년 연수생 50명이 출발한다. KOPIA 센터에 파견된 연수생들은 농진청이 현지 농업 연구 기관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협력 사업에 직접 참여해 현장 경험을 키울 수 있다.

연수생들은 농업 인재로 길러진다. 해외실습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실습 등 전공 능력을 키우고, 주재국의 농산업 현황을 경험할 수 있다. 영어와 스페인어 등 현지어를 접하게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립종자원도 '전공 분야'를 중심으로 ODA를 수행하고 있다. 종자원은 농작물 품종에 대한 일종의 '특허' 발급 기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종보호제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종자원은 품종보호제도의 도입 초기단계에 있는 개도국들에게 실질적인 제도운영의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외교부 산하 무상원조 전담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가나, 과테말라, 수단, 코스타리카 등 6개국 11명의 품종보호 심사관들이 기술 전수에 참여했다. 종자원 관계자는 "ODA를 통해 국격을 높임과 동시에 한국 종자산업 진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T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기간에 발표된 '코리아 에이드'에 참여했다. 코리아 에이드는 특수 차량 10대를 편성해 의료, 식량, 문화 등 현지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새로운 원조 프로그램이다.
aT는 최근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에서 푸드트럭을 통해 약 2000명의 현지 주민에게 쌀 가공제품, 한식, 현지식을 제공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