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집권 4년차 신드롬과 朴대통령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4 16:59

수정 2016.07.24 16:59

[데스크 칼럼] 집권 4년차 신드롬과 朴대통령

흔히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표현된다. 특히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한 우리나라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이란 설명까지 붙는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도 정치현실이라는 '진흙밭'에 들어가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를 살펴봐도 모두 그렇다.

이들 역대 대통령은 지지율을 갓 50% 넘긴 상황에서 대통령 임기를 맞았다. 보수와 진보로, 지역별로 갈려 이전투구를 벌이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국민의 50% 정도는 벌써 '적군'으로 돌아서 있다.
그러나 정권 초기 '허니문' 기간을 빼고 나면 50% 지지율마저도 반토막 나기 시작한다.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국민통합을 외치며 멋지게 출발한 정권은 도전에 직면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공격은 의외로 자신의 고정지지층으로부터 나온다.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라고 아우성친다. 우리가 뭐하려고 정권을 잡았는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우리 편들을 데려다 우리 진영논리에 입각한 국정운영을 하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고정지지층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 5년 단임 임기에 뭐라도 큰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정권 내부에 스며든다. 이에 따라 소위 '개혁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측근들이 정권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며 국정과제를 강력히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코드인사와 진영논리에 따른 국정운영은 중도지지층의 이탈을 부추긴다. 중도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지지율은 30% 선으로 팍 떨어진다. 그렇게 되니 정권은 중도층을 무시할 수 없고, 이들을 잡기 위한 궤도수정에 나선다.

그러나 성격이 다른 두 집단, 소위 '집토끼'와 '산토끼'를 다 만족시려다 보니 스텝이 자꾸 꼬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소통이 안 된다' '원칙이 없다' '무능하다'는 등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잇따른다. 대통령은 이러다 5년 임기가 다 끝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뭐라도 하려 한다. 그러나 야당과 국회의 반대가 잇따른다. 여소야대 정국일 때는 설득이 더욱 어렵다.

집권세력 분열은 레임덕의 신호다. 권력이 좀 어려운 상황이 되기만 하면 반드시 여당의 분열이 온다. 차기를 노리는 미래권력도 태동한다. 정치인들은 미래권력에 줄을 서며 현직 대통령을 비난한다. 이것이 집권 4년차 신드롬이다.

측근과 가족들의 비리까지 터져나오면 대통령은 그야말로 힘을 쓰지 못하는 종이호랑이 신세가 된다. 대통령은 완전 레임덕에 빠지며, 집권당의 탈당을 요구받고 자신이 정권을 재창출한 당으로부터 쫓겨난다. 이게 민주화 이후 당선된 한국 대통령들의 대체적 운명이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와 소선거구를 기반으로 한 양당제의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여지없이 집권 4년차 신드롬이 엄습해오고 있다. 20대 총선 패배로 새누리당의 친박·비박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친박들의 분화도 거세지고 있다. 측근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과 진경준 검사장 비리 등 연이은 검찰 비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국내외의 도전, 조선 해운산업 등 산적한 기업구조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25일부터 닷새간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밀린 서류를 보며 휴가를 보낸다. 휴가 뒤 박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답은 국민만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정파적 셈법과 권력 재창출 같은 원대한 권력게임에 대한 구상으로는 집권 4년차 신드롬을 이겨낼 수 없다.
그것이 앞선 대통령들에게서 박 대통령이 얻어야 할 교훈인지 모른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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