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선진 재외국민 보호 현장을 가다(1)] 英·佛, 현지 치안·전염병 등 위기상황 맞춰 수시로 대응훈련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5 17:27

수정 2016.07.25 22:13

선진국의 자국민 보호와 한국의 현실
선진국들은 상황 발생때 30~50명 바로 투입 가능
우리 영사 인력 부족하지만 영사콜센터는 세계 최고
영국·프랑스도 벤치마킹
프랑스 위기대응센터의 24/7(일주일, 하루 24시간) 감시팀 관계자가 전산망을 활용, 해외 위험지역 정보를 토대로 대응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프랑스 외교부 위기대응센터 제공
프랑스 위기대응센터의 24/7(일주일, 하루 24시간) 감시팀 관계자가 전산망을 활용, 해외 위험지역 정보를 토대로 대응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프랑스 외교부 위기대응센터 제공

【 파리(프랑스).런던(영국).서울=김유진 기자】 "내 나라 국민의 안전을 사수하라. 한 사람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곳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요즘, 영사 서비스 분야에서도 국가별로 경쟁이 붙었다. 창의성과 신속성, 협업 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사고의 경위나 방식은 보다 정교해지고, 위기속 '면대면 서비스'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의 영사 업무 처리방식에 대한 불만도 같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난 6월부터 약 한 달에 걸쳐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 영사 서비스의 현장을 직접 취재해 본 결과 이 부분은 어느 나라도 예외가 없었다.

한국의 경우 '해외에서 어려움에 처하면 대사관보다 한인 교회를 먼저 찾아가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아직까지 영사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만난 각 정부 영사 서비스 담당자들은 "영사 업무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까지도 세심하게 고민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시간 대응.예방에 만전

국가 경제력이 크고 해외로 진출하는 국민 수가 많을수록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위기대응센터를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위협에 대응하는가 하면, 국가간 협력체계를 강화해 힘을 모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 외교부(FCO)는 지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의 영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각오 아래 '컨슐러 엑설런스(Consular Excellence)' 4개년 계획을 시작했다. 이는 올해 다시 4개년 계획으로 개정, 오는 2020년까지 한 단계 더 개선된 영사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시행되고 있다.

영국은 올해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앞두고 '스테이 어헤드 오브 더 게임스(Stay ahead of the games)'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개막 1년 전, 100일 전 등으로 나눠 단계별 준비 상황을 점검해 왔고, 특히 현지 치안문제나 전염병 등 특정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지속해왔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의 테러(샤를리 에브도 테러, 파리 콘서트장 테러)를 겪으며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도 또다시 지난 14일(현지시간) 니스 테러로 만신창이가 되자 국가비상사태를 내년 1월까지 6개월 연장했다.

프랑스는 파리에 위치한 위기대응센터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해외는 물론 프랑스 내에서 벌어지는 위기 상황에 실시간 대응하고 있다.

파트리스 파올리 프랑스 위기대응센터장은 "위기대응센터의 역할은 크게 재외국민 보호와 해외 인도적 지원 두 가지"라고 소개하며 "재외국민 보호의 경우 미리 예견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의 대사관, 영사관과 충분히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가 운영하는 위기대응센터 역시 조기에 위기 경보를 발령,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응하고, 다른 부처나 국제기구, 민간 단체와의 협업 여부도 결정한다.

■한국, 영사 서비스의 고민

선진 영사 서비스의 경우 위기 발생시 조기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있고, 의사결정 과정이 간소화돼 있어 그만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돋보인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평시에는 각자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위기발생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30~50여명의 인력이 확보돼 있고, 주무장관과 위기대응센터 간 직접 소통이 가능한 구조로 조직을 운영해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 예산 등을 가지고 같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고민도 크다. 외교부에 따르면, 필리핀과 같이 사건.사고가 잦고 우리 국민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의 53개 공관에는 66명의 경찰 직원(주재관 63명, 직무파견 3명)을 뒀지만 이외에는 여권이나 외신, 문화, 총무 등을 겸임하는 영사들이 근무한다.

어려운 가운데 정부는 타 국가와의 협력을 토대로 영사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의 알프스 추락 사고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영사협력을 통해 우리 국민의 탑승자가 없음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었고, 2014년 8월 리비아 사태 때에는 영국 국민 철수를 지원한 계기로 한·영 외교부 간 '영사 위기 관리 협력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영국과 프랑스의 영사 서비스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의 영사콜센터를 우수 벤치마킹 사례로 평가했다. 영사콜센터는 연간 약 25만 건의 전화를 처리하며, 24시간 연중무휴 운영을 통해 우리 국민 관련 사건.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오는 8월 내내 올림픽이 펼쳐질 브라질 리우는 재외국민의 안전을 사수하려는 각국 정부의 고군분투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를 토대로 오는 10월 한국 개최 예정인 제3차 세계영사고위급회의(GCF)에서, 각국 고위급 영사 업무 담당자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자국민 보호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july20@fnnews.com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년도 기획취재 지원사업(2차)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