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한은-통계청의 주도권 싸움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8 17:28

수정 2016.07.29 06:25

[기자수첩] 한은-통계청의 주도권 싸움

'1223조7000억원.'

올해 1.4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이다. 전 세계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년째 1위를 지킬 정도로 단연 최고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상황별 리스크 대응에 나서기 위해선 가계부채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가계부채 통계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한국노동패널조사, 가계동향조사, 신용정보회사의 개인신용정보 등을 바탕으로 분석이 이뤄진다. 이 중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한국은행,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매년 공동으로 한 차례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2만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하는 방식이어서 가구원 한 사람이 대표로 응답하는 데다 응답거부와 과소응답으로 가계부채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1년에 단 한 번만 측정하는 방식이어서 신속성 한계도 커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통계의 양대 축을 담당하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때때로 펼치는 미묘한 신경전은 아쉬운 부분이다.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보다 통계의 주도권을 잡는 데 더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은 한은이 민간 신용정보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받은 대출정보를 토대로 구축한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의 국가통계 승인도 기존 가계금융.복지조사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한은 가계부채 DB에 소득정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서다. 당시 통계 정확도 향상보다는 통계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통계청의 속내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은의 가계부채 DB는 현재까지 국가통계로 승인받지 못한 채 내부용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올해도 역시 유경준 통계청장이 "국내총생산(GDP) 산출은 통계청이 맡아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GDP 통계 산출 주체를 두고 양 기관의 신경전이 다시 치열하게 펼쳐졌다.

현재 한은은 통계청이 확보하고 있는 행정자료(신용정보) 활용을 통계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법과 분석방법을 개발해 통계의 정확성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도 한은의 가계부채 DB 구축에 한계가 있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통계청이 과거와 같이 '자료의 중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또다시 통계 주도권 잡기에만 치중한다면 통계의 정확성 향상은 요원하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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