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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수출의 질적 고도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2 17:26

수정 2016.08.02 17:26

[여의나루] 수출의 질적 고도화

최근 정부 발표에 의하면 올해 1∼7월 우리나라 수출은 통관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감소한 2828억달러, 수입은 13.5% 감소한 2258억달러, 무역수지는 571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폭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는 세계 경기 부진에 따른 교역량 감소와 함께 저유가, 글로벌 수요부진 및 공급과잉에 따른 주요 제품의 수출단가 하락,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와 산업경쟁력 강화 등에 주로 기인한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수출환경이 다소 개선돼 이전 7개월에 비해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이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하고 연간 전체로는 6% 내외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국제 유가의 안정에 따라 수출단가의 하락세가 진정되며 지난해에 대한 기저효과 등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세계 수출시장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시장에서의 수입수요 증가세는 둔화되고 보호무역주의는 확대되는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발전과 산업경쟁력 강화에 따라 국가 간 수출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수출이 금융위기 이전의 높은 증가세를 회복하는 것은 앞으로 상당 기간 어려울 전망이며 이에 따라 수출의 새로운 활로 모색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향후 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이 활력과 증가세를 되찾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수출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우 경제발전의 초기에는 저임금에 기반한 수출산업의 양적 성장을 통한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를 중요시하나 점차 선진경제에 접근하면서 부가가치 창출을 더 중요시하는 수출의 질적 고도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중국 등 신흥국의 발전과 함께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국제분업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하면 전체 세계 상품 및 서비스무역 중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이루어지는 무역 비중이 1995년 36%에서 2011년에는 49%로 증가했고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얼마나 많은 양의 수출을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수출하느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즉 가치사슬 내 고부가가치 부문에 적극 참여해 수출에서 차지하는 국내 부가가치를 상대적으로 증대시킬수록 높은 경제성장과 소득을 창출하게 된다.

신흥국들은 대체로 중간재 형태로 해외 부가가치를 수입.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산업구조여서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국내 부가가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미국 등 선진국은 연구개발, 디자인, 첨단기술 부품.소재 등 핵심 역량 부문이 잘 발달해 있고 중간재 수입 비중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국내 부가가치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 수출의 국내 부가가치 비중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출의 부가가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고부가가치 부문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출의 질적 고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 수출시장의 환경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수출제품의 기획.디자인 및 연구개발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가치사슬 내에서 고부가가치 부문인 핵심 부품 및 소재의 개발을 확대하는 한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각종 제도 및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의 가치사슬 참여를 확대하고 베트남 등 시장잠재력이 큰 국가들과의 산업협력을 강화해 가치사슬의 확대와 국제 분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룩해야 한다.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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