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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김영란법, 관계에 답이 있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2 17:27

수정 2016.08.02 18:15

[차장칼럼] 김영란법, 관계에 답이 있다

모 기업의 A구매팀장은 투명한 거래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거래처에서 이면거래나 뒷돈 얘기가 나오면 해당 업체의 구매코드를 사내 전산망에서 막아 뒤탈을 없앴다고 한다. 밥이나 술도 주로 자신이 샀다. 자신이 속칭 '갑'의 지위에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A팀장은 그렇게 10여년간 근무하며 회사 지출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부정축재를 목적으로 거래처와 뒷거래를 했더라면 회삿돈이 줄줄 새었을 거라는 말이다.


이런 얘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긍정형("A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대한민국이 깨끗해진다.")과 의심형("저 말을 믿냐? 구매팀장 3년이면 아파트가 3채라는데.")

애석하게도 기자의 지인 중엔 두 번째 반응이 압도적이다. 이런 반응이 '갑'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비리 관련 뉴스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기업인,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판사, 검사 등 법조인들도 비리 뉴스의 단골 메뉴다. 돈이나 자동차 등 고가의 선물, 다양한 혜택을 받고 간접적인 대가를 제공해준 혐의들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 비리의 공통점은 부적절한 관계에서 나온다. 처음부터 부적절한 관계가 맺어지는 경우는 없다. 다만 신분과 소득이 바뀔수록 관계도 쉽게 변하는 경향이 많다.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 김정주 사장을 보라. 이들은 친구 사이에서 (누가 먼저 원했든) 주식·차량 등의 금품을 주고받는 사이로 변질됐다. 누가 봐도 친구 사이로 보기엔 우정을 과하게 주고받았다.

이쯤 되면 적어도 김영란법의 탄생 배경을 물어보는 사람은 대한민국엔 없을 듯하다. 여러 가지 논란거리는 풀어야 할 과제다. 김영란법이 사석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식사장소다. 이제는 메뉴판을 보면 어디까지가 법의 테두리에 있게 될 것인지를 논하게 된다.

선물에 대한 기준은 어떤가. 한우나 인삼은 단가가 고가이니 특정 가격 선까지는 저촉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견인데 반론도 만만찮다. 수십만원짜리 한우 선물을 인정해준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고가 한우 선물을 법으로 허용해주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액을 처벌 기준으로 삼는 한 이 법이 완벽한 법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리라는 거대한 그림을 수치로 재단하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법 시행이 정해졌으니 치열한 토론은 필수적이다. 유통업계가 피해 본다는 주장에 욕만 할 것은 아니다.
비싼 밥을 왜 사먹느냐는 주장도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논리이든 파급효과를 따져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거나 무엇을 주고받을 때 한 번 더 질문을 던져보자. 나와 당신은 어떤 관계인가. 거기에 이 문제의 답이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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