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문예지가 변했다, 젊고 대중적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4 17:13

수정 2016.08.05 15:59

민음사 '릿터' 창간
기존 문학 콘텐츠는 물론 영화·만화 등 다양하게 담아
창간호에 아이돌 인터뷰 파격
'악스트'는 소설로 특화  매호 1만부씩 팔려나가
'미스테리아'는 추리소설  4000~5000부씩 꾸준
민음사 '릿터'
민음사 '릿터'

은행나무 '악스트'
은행나무 '악스트'

문학동네 '미스테리아'
문학동네 '미스테리아'

딱딱하고 어렵다. 기성 작가와 평론에 의한 문단 권력의 장(場). 독자들의 싸늘한 외면으로 사양길을 걷던 문예지가 새로운 가지로 움트고 있다. 신진 작가들의 산실이자 사회 전반에 묵직한 이슈를 던지며 한국 문학계에서 막강한 역할을 자임해왔던 주요 문예지들의 시대는 저물고, '악스트' '미스테리아' '릿터' 등으로 대변되는 '젊은' 문예지로의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 톡톡 튀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장르문학, 대중음악, 영화 등으로 외연을 넓혀 한국문학에서 멀어진 20~30대 젊은 독자 공략에 나섰다.

■젊어진 문예지 잇따라 창간

민음사가 지난 1일 새로운 문예지 '릿터(Littor)'를 내놨다.

격월간으로 발간되는 '릿터'는 문학(Literature)과 '~하는 사람'이라는 접미어(tor)를 더한 합성어다. '문학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문학의 대중화'라는 바람을 담았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좋은 문학작품을 독자에게 더 잘 전달하는 책무를 다하고 싶어 새로움으로 무장한 잡지 '릿터'를 창간했다"며 "새 잡지를 준비하면서 오직 독자만 생각했고 독자에게 어떻게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릿터'는 그간 작가와 문학평론자가 편집위원으로 잡지를 구성해왔던 기존 문예지와는 달리 민음사 편집자 모두가 참여하는 형태로 차별화했다. 최근 몇 년간 논란이 됐던 문단 권력이 작가와 평론가에 초점을 맞춰 빚어진 것이라면 그 기준을 '독자'에게로 돌려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미다.

한국 소설.시 등 기존 문학 콘텐츠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만화,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담는다. 이번 창간호에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인터뷰를 싣는 파격도 보였다.

한층 젊어진 문예지들은 지난해부터 선을 보이고 있다. 은행나무가 창간한 '악스트(Axt)'는 소설에, 문학동네의 '미스테리아'는 추리소설 장르에 특화해 독자들의 호응도를 높였다. 벌써 창간 1주년을 맞은 '악스트'는 매호 1만부 돌풍을 이어가고 있고, '미스테리아'의 판매 부수도 4000~5000부 정도로 꾸준하다. 이들 문예지는 가벼워진 콘텐츠 외에도 화려한 디자인이 공통점이다. 딱딱하고 일견 고루해보이기까지 한 텍스트 위주의 전통적 문예지에서 벗어나 알록달록한 색감과 감각적 디자인으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같은 젊은 문예지의 성공적 안착은 비슷한 성격의 잡지들의 잇딴 론칭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은 전통 문예지 '창작과 비평'도 별도의 젊은 문예지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고, 문학과지성사의 계간지 '문학과 사회'도 가을호부터 혁신적인 탈바꿈을 시도한다.

■"위기를 기회로"…제2의 전성기 열까

사실 문예지는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국내 출판 시장 현황과 정부의 지원 삭감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지는 해'로 치부됐었다. 지난해 말 민음사의 '세계의 문학'이 폐간됐고, 장애인 계간지 '솟대문학'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노동탄압 논란이 불거졌던 '자음과 모음'이 계간지 휴간을 결정했고, '소설문학' '실천문학' 등도 흔들리고 있다.

창비의 '창작과 비평'이 1만부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도 전성기에 비하면 반토막에 불과하다. 40년 역사의 '세계의 문학'이 지난해 폐간될 즈음 정기구독자가 30~50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문예지를 향한 독자의 애정은 땅바닥에 떨어진 수준이었다.

결국 대중문예지의 출현은 이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최원호 MD는 "과감한 편집과 여러 종류의 기획들이 명멸하면서 완성도 높은 콘텐츠들이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미스테리아'가 처음 나왔을 때 어느 정도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달랐다.
그러나 이 잡지는 그 기대의 예상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음사도 "지금까지 문예지는 한국 문학 발전에 훌륭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릿터'를 통해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고, 읽는 사람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