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유니콘' 때문에 피해보는 스타트업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4 17:25

수정 2016.08.04 17:25

[기자수첩] '유니콘' 때문에 피해보는 스타트업

공부를 잘하는 한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전 세계적으로 실시한 테스트에서 10억점 이상을 취득했다. 10억점 이상을 취득한 학생은 전 세계에서 174명뿐이며 이 중 한국 학생은 단 2명이다. 그런데 이 학생의 건강은 좋지 않다.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데 이 병은 곧 다른 국내 학생들에게까지 전염됐다. 일각에서는 이 학생의 병을 즉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국내에 2명밖에 없는 우수한 학생이므로 다른 학생들을 전염시켜도 계속 등교를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바로 기업 가치가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일컫는 '유니콘' 얘기다.

현재 스타트업 성공 기준으로 자리 잡은 용어인 유니콘은 전 세계에 174개 있으며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서 매년 수많은 유니콘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유니콘에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인 쿠팡과 옐로우모바일 두 곳이 이름을 올려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쿠팡과 옐로우모바일 두 회사의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고, 실적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 기업가치에 대한 버블 논란도 나온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무리하게 단행해 물류서비스 관련 비용이 치솟고 있다. 그런데도 소위 전문가 위치에 있는 사람들조차 국내에 2개뿐인 유니콘이니 적자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쿠팡의 수익성을 우려하는 기사를 쓰면 대놓고 비판하고, 스타트업의 행태를 모르는 무지한 의견이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문제는 쿠팡 때문에 애꿎은 물류 스타트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한 물류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를 받으려고 했는데 벤처캐피털들이 쿠팡이 물류업에 뛰어들어 적자를 내고 있는 사례를 들면서 거절하는 등 쿠팡 때문에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른 가입자 기반의 서비스업종 기업들도 사업을 시작한 지 꽤 지났지만 이익을 못 내는 수익모델이 많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최근 확산되고 있어 투자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로 7년차에 접어든 쿠팡은 이제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쿠팡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수익을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른 스타트업들에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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