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통신강국 코리아의 '민낯'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4 17:25

수정 2016.08.04 17:25

[기자수첩] 통신강국 코리아의 '민낯'

세계 최고의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을 가지고 있고, 스마트폰을 보유한 사람만 4500만명이 넘는 자타 공인 대한민국은 통신강국이다. 우수한 통신 인프라와 관련 서비스가 많다보니 글로벌 기업들도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삼는다.

페이스북의 댄 니어리 아시아·태평양 총괄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반드시 한국에 가서 지하철을 타보라"고 한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통신강국 코리아'라는 이름이 부끄러워지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을 모바일TV로 제대로 시청할 수 없게 됐다.
누구나 손안의 TV를 가지고 있지만 방송사의 중계권 수익 욕심으로 국민은 모바일TV의 진수를 느낄 기회를 잃었다.

전국 곳곳에 자리잡은 휴대폰 유통점들은 여전히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국회와 시민단체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들에 무조건 통신비를 낮추라고만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우리나라 통신서비스는 단순한 의사소통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영화나 공연 예매, 택시 호출, 음악감상, 동영상 시청, 게임, 인터넷 검색 등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내는 통신비에는 이런 서비스를 누리는 비용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제는 통신비 인하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통신사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그 인프라 위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제2의 페이스북이나 제2의 우버를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우리가 우수하다.

스마트폰을 통한 방송 시청빈도도 파악해 시청률에 포함시킨다거나 국민적으로 관심을 끄는 행사는 반드시 스마트폰으로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우리가 발빠르게 통신관련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선도해야 한다. 통신비도 이제는 생활편의성, 문화효용까지 포함한 새로운 개념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 어렵더라도 시도하면 우리가 가는 길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럴 수 있어야 진짜 '통신강국 코리아'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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