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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여름 불청객 '녹조' 줄이려면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7 17:17

수정 2016.08.07 17:17

[차관칼럼] 여름 불청객 '녹조' 줄이려면

인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3시간 정도 가면 서해5도 중 하나인 소청도를 만날 수 있다. 소청도 남동쪽 해안에는 천연기념물 제508호로 지정된 분바위(粉岩)가 있는데 마치 절벽에 하얗게 분칠을 해놓은 것 같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 바위에는 약 10억년 전 한반도에 최초로 출현한 생명체가 화석화된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가 있는데, 이것이 남조류(藍藻類)의 조상이라고 한다.

매년 여름철이면 반복적으로 찾아와 불편을 주고 있는 녹조현상의 원인생물인 남조류가 한때는 생명의 기원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경이를 넘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남조류에 의한 녹조현상은 나타나고 있고 최근의 기상상황을 고려할 때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녹조현상은 녹조의 먹이가 되는 물속 영양물질, 남조류의 광합성과 성장을 돕는 햇빛과 수온 그리고 물흐름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하천과 호소는 대부분 영양물질이 과다한 상태이고, 비를 통해 도로 노면에 쌓인 오염물질과 농경지의 비료들이 하천으로 들어오게 되면 하천의 녹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 버린다. 여기에 요즘처럼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어 수온이 올라가고 댐·보 등으로 물이 정체되면 녹조가 번성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녹조의 발생과 성장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우선 녹조 성장에 중요한 영양물질인 인의 하천 유입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공공하·폐수 처리시설에 총인처리시설을 설치했으며, 녹조 발생이 본격화되는 5월부터 녹조발생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인 처리를 평시보다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강우 시 고농도 오염물질인 가축 분뇨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공동으로 감시활동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댐과 보 등에 저장된 여유물량을 활용해 물의 정체현상을 완화함으로써 녹조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녹조 발생 시에는 국민의 먹는 물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상수원지역에 조류경보제를 운영함으로써 녹조 발생 상태를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류차단막, 수중폭기장치, 조류제거선 등을 운영하여 취·정수장으로 녹조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일부 유입되더라도 정수처리 단계에서 99% 이상 처리해 국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물 절약, 적정 세제 사용,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와 같은 작은 실천이 생태계의 건강을 지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많은 국민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강이나 계곡을 찾는다. 휴가 중 발생하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되가져오는 것도 중요하다.


논어 선진편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녹조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보다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녹조 문제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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