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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사드문제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8 17:25

수정 2016.08.08 17:25

[fn논단] 사드문제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국내 여론이 사분오열로 갈라져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간의 아시아 패권 프레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 아래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경제에 직간접의 경제 및 문화적 제재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중국 측의 압박 메시지를 받고 있다.

국내 정치권도 여야 간, 또는 야야 간 내부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의원 6명이 8일 중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사드 배치 문제로 악화된 한.중 관계의 회복을 방중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우리 정부의 외교전략에 오히려 혼선을 초래할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외교전문가는 "국가 안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적 전략이나 행동의 다변화보다는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여론의 분열이 아니라 단합되고 일관된 주장이 국가 간 외교에 있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데 있어 어떤 누구보다 성숙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권이 '사드 배치' 문제를 이성적이 아닌 감성적으로 대처해 국론분열을 추스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무역.영토.외교 등 국가 간 주요 핫이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중 G2 강대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우리로선 사드 문제의 합리적이고 일관된 대처야말로 향후 우리의 자주국방을 위한 외교전략 수립에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국익.국민생명 보호, 다자간 외교전략 등을 거중조정하면서 총괄해야 하는 국가지도자의 현명한 전략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스스로 안보 주인이라는 의식을 투철하게 정립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 안위와 민생을 책임지는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정부 관료, 시민단체 등은 서로 각자 다른 목소리와 행동을 통해 혼선을 초래하기보다는 생산적 논의를 통해 민감한 외교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조화로움을 시도해야 한다.

통일신라시대에 완성된 선덕대왕 신종(일명 '에밀레종')의 장중하면서도 청아한 긴 여음을 울려 낸 소리인 '맥놀이 현상'을 만들어낸 과학적인 원리를 주목하자.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진 음들이 조화를 이뤄 맥이 살아 뛰도록 해 끊어질 듯 되살아나 가장 길게 음을 내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해 실천해야 한다. 중국의 종소리는 둔탁하고 잡음이 많고 여음도 길지 않았고, 일본의 종소리는 가슴속 깊이 울려 퍼지는 맛이 없었다고 한다.

조화로움의 상징인 맥놀이 현상은 정치권의 '협치'로 대변될 수 있다. 자칫 한·중 관계의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행동이 '튀려는 행위'로 비쳐져선 안되며,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논리에 역이용당하는 일은 더더욱 일어나선 안 된다.
한창 국내 논란이 진행 중인 마당에 느닷없는 야당 초선의원들의 방중은 문제 해결을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 차라리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쳐 여야가 함께 합의를 통해 '국회 대표단'을 꾸려 적당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사드 배치가 미.중 간 패권 프레임 차원이 아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어기제'임을 적극 설명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국회 대표단 구성에 긍정적이라고 알려진 만큼 '성급한 행동'보다는 '숙성된 논의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완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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