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현금'을 보라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0 16:52

수정 2016.08.10 16:52

[특별기고]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현금'을 보라

최근 명칭의 오해로 인해 사내유보금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다음은 지난 3일 블룸버그에 게재된 기사이다.

"Chinese firms reported an 18 percent jump in 'cash holdings' during their latest quarter, the biggest increase in six years. The $1.2 trillion stockpile…(후략)"

국내 한 기사에서는 이 블룸버그 기사를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2.4분기 '사내유보금'은 18%가 늘어난 1조2000억달러로 집계돼 6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캐시를 현금 대신 사내유보금으로 인용한 것이다. 투자되지 않고 사내에 유보된 돈임을 강조하기 위해 현금 대신 사내유보금이라는 단어를 채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오류는 현금 1조2000억달러가 곧 사내유보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은 회계기준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회계상 정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용어사전에서 사내유보금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으로 지칭되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 투자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현금 1조2000억달러와 그 기업의 사내유보금 규모는 분명히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내유보금이 많은 회사에 대해 투자하지 않고 국가 경제발전에 비협조적인 기업으로 오해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사내유보금을 규제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고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정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내유보금에서 의미하는 잉여금은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나눠주지 않고 재투자한 이익으로 정의되는 회계용어다. 즉, 사내유보금은 투자하지 않은 돈이 아니라 재투자된 이익을 의미하는데, 명칭의 오해로 투자하는 회사를 오히려 비난하고 규제하고 과세하는 정책의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투자보다 곳간만 채우는 기업을 식별하려면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블룸버그 기사처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확인해야 한다.

2015년 말 사내유보금이 10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14개사이며 평균 사내유보금은 약 3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14개사의 평균 현금보유액은 약 1조원에 불과하다. 사내유보금이 많아 투자를 회피한다고 비난받는 기업들이 실제로 투자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사내유보금의 3.3%에 불과하다.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는 상위 14개 상장기업 중에서 사내유보금 보유액 상위 14개사에 포함된 기업은 5개사뿐이다. 나머지 9개사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명칭의 오해로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사내유보금의 오해로 인한 폐단을 불식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제정기구인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6월부터 사내유보금에 대한 대체용어를 주도적으로 개발해 왔다.
그리고 학계와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세후재투자자본'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개발했다. 세후재투자자본이란 세금을 이미 납부한 후에 주주에 대한 배당을 유보해 기업의 재투자 원천이 되는 자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사내유보금 대신 세후재투자자본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사내유보금에 대한 명칭의 오해로 투자를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비난과 불이익을 겪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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