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영난 중소기업 TV 샀다가 '낭패'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0 17:16

수정 2016.08.10 22:15

S사 법정관리 신청 회사 상황 알리지 않고 오픈마켓서 제품 판매
고장나도 수리 못받아 소비자 불만 쏟아지자 S사 "AS 다시 하겠다"
김상원씨(가명)는 TV 중소업체인 S사에서 구입한 TV에 문제가 생겨 사후서비스(AS)를 받기 위해 지난달 AS센터로 물건을 보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최근 황당한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S사가 파산해 AS 수리가 불가하고 제품은 착불로 택배반송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회사 사정으로 고치지도 못한 TV를 다시 받는데 착불비까지 내야 하니 김씨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이 같은 일을 겪은 것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S사 TV 구매자 가운데 AS를 받으려 했던 사람 50여명은 모두 김씨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당황스럽지만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AS를 받기 위해 S사에 전화를 계속 걸어도 통화 연결조차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법정관리, 압수수색까지… 소비자 파악 어려워

10일 업계와 고객 등에 따르면 S사는 최근 법원에 파산이 아닌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한동안 외부와 연락이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이 최근 이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혐의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다. S사는 홈페이지에서 한동안 제품을 버젓이 팔다가 뒤늦게 회사 내부 사정으로 상담업무 및 AS를 중단했다는 공지를 올렸다. 각종 오픈마켓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제품이 그대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기업 제품의 반값 수준인 가격에 혹해 S사 TV를 샀다가 고장날 경우 제대로 수리받지 못해 돈만 날릴 수 있는 상황이다.

S사 AS 대행업체 대표는 "TV는 각 모델마다 부품 호환이 되지 않는 편"이라며 "S사에서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있고 당분간 AS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리가 필요하면 다른 업체를 찾아갈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중소기업유통센터는 S사에 직원을 파견, 사태 파악에 나섰다. S사 관계자는 "연락을 안 받은 적은 없고 AS는 계속 책임지겠다"고 해명했다.

■"가격 턱없이 저렴하면 품질 의심해봐야"

TV 중소업체가 폐업 혹은 AS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분식회계와 3조원의 대출사기 혐의를 받는 모뉴엘도 한때 대표적인 중소기업 TV로 각광 받았다. 저가 TV를 앞세워 매출을 올리다 AS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폐업한 업체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TV 중소업체가 생겼다 폐업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디스플레이 업계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수입원가로 팔아 매출을 올린 뒤 보증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아 돈을 빼돌린 뒤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가족을 동원하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업을 재개하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TV 중소업체들이 창업 후 대출을 받아 한몫 챙기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업체들이 LG 패널을 쓴다고 하는데 유리 부분만 끼우고 나머지 부품은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며 "그런 회사들 때문에 제대로 운영하는 업체 매출이 줄어 사정이 악화됐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면 품질에 대해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품질을 떠나 중소기업은 폐업되는 경우가 많아 관련 기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 AS가 확실해야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오픈마켓에서도 소비자들에게 S사 상황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덜컥 물건을 샀다가 피해 보는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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