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글로벌 제약사의 '민낯' 드러나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1 17:20

수정 2016.08.11 17:20

[기자수첩] 글로벌 제약사의 '민낯' 드러나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일 뿐입니다." 최근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지난 9일 발표한 입장문의 내용이다. 이 입장문에는 회사의 직원관리 잘못에 대한 부분이라든가 죄송하다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다. '일부 직원의 부당행위를 인지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 정도만 담겨 있다.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최근 5년간 전문언론을 통한 좌담회를 개최하거나 의료진의 해외학회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의료진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검찰이 밝힌 불법 리베이트 규모가 26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회사는 이를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로 선을 그었다. 내부규정이 까다로워 기자의 자료요청에도 본사의 컨펌을 받아야 한다는 회사에서 직원이 26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의료진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는 데도 몰랐다니 납득이 안 간다. 전형적인 책임회피에 꼬리자르기식 대응이다. 앞서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국.내외 제약사들의 대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받는 의료인도 처벌)에 이어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2회 이상 리베이트 적발 품목에 대한 퇴출) 등이 도입된 이후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직원들의 일탈행위라며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위법행위에 대한 기업의 책임회피, 이른바 꼬리자르기는 제약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이미지가 직원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회사의 경우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명분에다 관행처럼 이어져온 불법 리베이트를 끊겠다는 자정 노력을 펴고 있는 마당에 불법 리베이트 적발은 치명적이다 보니 책임 떠넘기기가 도를 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영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을 닦달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직원들의 일탈행위로 선을 긋는다고 해서 기업에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릴 뿐이다.
이번 노바티스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위기상황에서 '사과하는 방법'이 기업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직원을 '가족'이라고 말한다. 영업과정에서 일부 일탈을 했다고 해서 직원을 '남'으로 만드는 회사에 대해 직원들이 애사심을 가질 수 있을까.

hsk@fnnews.com 생활경제부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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