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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크루즈 관광, 국내서 즐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4 17:10

수정 2016.08.14 17:10

[차관칼럼] 크루즈 관광, 국내서 즐기자

1980년대 초 어느 TV 외화 시리즈에서 망망대해 위 커다란 배에 수영장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TV 속 사람들은 고급호텔에나 있을 수영장에서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선탠과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해외출장 때 현지에서 직접 보니, 배에서 먹고자면서 즐기는 '크루즈 관광'이 이미 보편화돼 있음을 알고 더욱 놀랐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크루즈는 지중해, 마이애미 등에서 즐기는 선진국형 호화관광이라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세계 크루즈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중국, 홍콩 등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크루즈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해 109만명에서 2020년 460만명으로 전망되는 등 연평균 33%로 급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중국, 일본에서 출발해 우리나라를 들르거나 부산, 속초 등에서 출발하는 상품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예약된 크루즈 스케줄을 볼 때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은 올해 150만명, 내년에 22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항지에서 1인당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의 지출액은 100달러로, 관광객 증가에 따라 내년에는 2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크루즈선이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는 식료품 등 선용품도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했고, 업계는 2020년에 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루즈 관광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크지만, 향후 관련 산업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은 아직 충분치 않다. 부산, 제주, 인천, 속초, 여수 등 5개 항만을 통해 크루즈 관광객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으나, 접안시설과 여객터미널 등 전용 인프라가 부족해 관광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입국 후에도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상품 부족으로 관광객들이 면세점 쇼핑을 주로 하고 있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관계부처와 함께 '제1차 크루즈산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 크루즈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입국할 수 있도록 크루즈 전용부두와 여객터미널 등을 갖추는 한편,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신속한 출입국을 위한 심사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할 예정이다.

한편, 지자체들은 크루즈산업과 지역경제와의 연계를 위해 자연경관, 전통문화, 음식 등을 연계한 관광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내년에는 중국, 일본에 이어 국적 크루즈 선박의 취항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현재 3만명에 불과한 국내 크루즈 관광객을 확대하기 위해 9월에는 4박5일 부산~일본 크루즈 체험단도 운영하는 등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에서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열린다. 2013년 첫 개최 후 4회째를 맞이하는 이 포럼에는 프린세스크루즈, 코스타 등 글로벌 선사 대표를 포함한 국내외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해 우리나라의 크루즈 선박과 관광객 유치 활성화가 기대된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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