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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년퇴임 앞둔 '명의' 정희원 前서울대병원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2 17:25

수정 2016.08.24 13:45

"퇴임 후 보라매병원서 후학 양성 힘쓸 것"
40년간 뇌종양 수술 3003건 "뇌종양 환자 돌보며 마지막 소임 다할 것"
정희원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김범석 기자
정희원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김범석 기자

"지난 40년을 휴머니스트 의사로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힘이 닿는 한 환자들과 함께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오는 31일로 정년을 맞는 정희원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전 서울대병원장)는 "뇌종양 전문의로서 우리나라 의료 발전에 조금이지만 일조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퇴임 후 행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대표적인 '명의'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40년간 뇌종양 수술을 3003차례나 했다. 그가 서울대병원장으로 수술에서 손을 뗐던 기간인 10년을 제외하면 평생 동안 1년에 100번, 이틀에 1번꼴로 뇌종양 수술을 집도한 셈이다.
특히 뇌종양은 평균 수술시간이 8~9시간 걸리는 데다 대부분 중환자이기 때문에 수술하기가 힘들다. 정 교수는 그 힘의 원천은 '휴머니스트 의사'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1976년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입문했으니 40년 만에 정년을 맞게 됐다"면서 "그동안 제대로 휴가 한번 가보지 못하고 40년을 달려왔는데 학회 이사장, 병원장과 같은 사회적 가면을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됐다"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여전히 환자에게 쏠려 있다. 정년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러 다른 의료기관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환자들과 학생들과 함께하겠다는 생각이다.

정 교수는 2005년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장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장(2010~2013년), 대통령 자문의(1993~2002년, 2008~2013년), 대한두개저외과학회장(1998~2000년), 대한뇌종양학회장(2002~2003년),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2006~2008년), 세계신경외과학회연맹 15차 세계학회장(2009~2013년) 등을 맡으며 환자 진료와 후학양성 외에도 대외적 광폭 행보로 바쁜 삶을 보냈다. 그는 "항상 배려와 존중, 소통과 화합을 생각하며 업무에 임했다"면서 "병원에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경청하고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정 교수는 최근 정년을 앞두고 '휴머니스트의 길'이라는 정년 기념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그는 여기에 축사를 기고한 이어령 (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팔의론을 쓴 세조는 가장 으뜸가는 의원을 '심의(心醫)'라고 했는데 정 박사는 명석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가진 의사"라며 "양면을 다 겸비한 의료인상"이라고 썼다. '휴머니스트 의사'로 살려고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보라매병원과 서울대병원 원장을 역임하면서 병원 '문턱'을 낮추는 데 앞장섰다. 그는 "특히 보라매병원은 공공병원인 데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진료하기 때문에 의료차별을 최소화한 병원"이라며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에서 문턱 낮추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장 시절에도 공공의료사업단 정착 등 공공성 강화에 힘썼다.

정 교수는 퇴임 후 보라매병원에서 '공인'으로서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 그는 "뇌종양 환자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까지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면서 "기존 수술한 환자들을 관리해주고 마지막까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후학양성을 위해 e북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서적과 달리 e북은 설명과 함께 시술 동영상을 생생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준비부터 수술, 마무리까지 동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첫 e북은 미국 UCSF대 마이클 W 맥더멋 교수와 함께 '뇌수막종과 신경초종(meningioma and Schwannoma)'이라는 제목으로 작업했다. 이 책은 9월에는 인터넷으로 만나볼 수 있다.
e북은 챕터를 계속 늘려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다른 선진국 의사들의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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