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덮친 '정치권發 3대 악재'..투자·고용 축소 우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4 17:39

수정 2016.08.24 17:39

재계 덮친 '3대 리스크'
경제민주화법 무더기 발의
추경안 편성도 무산 위기
9월 김영란법까지 시행땐 내수시장 직격탄 우려
글로벌 경제도 '악화일로'
하반기 경영위축 불가피
기업 덮친 '정치권發 3대 악재'..투자·고용 축소 우려


"혹시나 했는데 20대 국회 시작부터 암울합니다. 기껏 내수가 살아나나 싶더니 무더기 규제 입법에 추경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고, 김영란법으로 내수 침체는 가늠조차 안될 지경인데 기업들이 투자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말 그대로 '시계 제로'네요."(A전자 대기업 임원)

재계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리스크, 추가경정예산 무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 올 하반기 경영환경을 뒤흔들 '3대 악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의 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대기업 규제 일변도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양산되고, 경기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추경은 사상 초유의 무산 위기에 놓였다. 여기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 침체와 기업 활동까지 위축될 우려가 커지면서 재계는 투자와 고용 축소 등 하반기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려는 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3대 리스크에 경영환경 '최악'

24일 재계에 따르면 9월 첫 정기국회를 앞둔 20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경영을 위축시킬 정치권발 대형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화되는 세계 경기 침체 속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 경영환경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법안 무더기 추진, 추경 무산 위기, 김영란법 시행 등 정치권의 반기업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올 하반기는 우리 기업들에 리스크가 너무 많다"며 "특히 야당에서 내놓은 경제민주화법안 과제는 단기적 문제가 아닌 장기적 이슈라는 점에서 향후 저성장 극복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경제민주화 34개 입법과제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소비자·투자자 보호, 공평과세 실현 등 대기업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신규 순환출자 금지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 해소까지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순환출자 구조의 대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현대산업개발 등 8개 그룹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기업들이 이미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데 법으로 규제한다면 지나친 경영간섭이 될 소지가 있다"며 "처벌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순환출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이 훼손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 협상 난항으로 무산 위기에 처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기업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올 추경은 지역경제 활성화나 조선업 등의 일자리 창출 등 경기부양 목적이 강한데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제때 못하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져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내달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도 기업들에 큰 부담거리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은 양벌규정을 적용하는데 국내만 10만명이 넘는 직원들을 밀도 있게 관리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단 내부교육을 강화하고 대관이나 홍보 등 대외부서들의 업무를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 '투자·고용 축소' 우려

지난 2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는 경제민주화법의 초안을 마련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조찬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한 중견기업 대표는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 강연을 합리적인 부의 재분배보다는 기업 옥죄기로 느낀 기업인들이 많았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섣불리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당분간 내실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차, LG 등 대부분의 그룹들은 하반기 투자계획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거나 재검토하는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자칫 투자 확대에 나섰다가 규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미 투자를 확정한 기업들도 하반기 정치지형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계획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밝혔다.


송원근 본부장은 "투자와 고용도 불확실성이 낮아야 확대하는데, 지금 같은 환경이라면 확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정당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경제민주화만 추구하기보다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국가경제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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