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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교육도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기면 어떨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5 16:57

수정 2016.08.25 16:57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교육도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기면 어떨까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미국 대통령이 의회연설에서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언급하며 부러워할 정도이지만, 우리에겐 축복이 아니라 짐이 되고 높은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교육비의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외를 법으로 금지했던 일은 학교 밖에서 선생님과 공부하면 벌 주는 나라로 화제가 되었고, 학원의 교습시간과 사립학교의 등록금·입학정원까지 통제하지만 여전히 가계의 교육비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선두를 다툰다.

양질인력 공급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높은 대학진학률을 고학력 실업의 원인으로 비판하며 정부가 예산까지 투입해 정원감축,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높아만 간다.

학력중시 풍토는 혈연, 지연 따지기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지만 학벌중심주의 타파를 외치며 중·고교 입시를 없애고 학력평가중심의 대학입시제도를 개혁했는데 일류 중·고교를 없앤 자리를 특목고가 대신하고, 전인적 평가를 위한 입시제도는 학생 노력만이 아니라 모친의 관심과 조부의 재력까지 필요하다는 속설을 만들고 대학 서열화는 더욱 확대되었다.

그러고도 2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외국에 나가 연간 4조원 이상을 지출하니, 글로벌 경쟁시대에 고무적일 수도 있지만 상당수는 정부 규제로 내밀려진 유학이기도 하다.

국가안보 문제까지 이견을 보이는 보수와 진보가 한마음이 되어 박정희 대통령의 중·고교입시 폐지에서 출발해 노무현 대통령의 대학입시 3불정책에 이르기까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이기심에 물든 시장에 맡길 수 없고 애국심에 충만한 정부에 맡긴 결과는 참담하다.


차라리 교육을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까.

사교육비 지출을 막으려 애쓰기보다 자유롭게 자녀교육에 돈을 쓸 수 있게 해 세계적 일류학원, 일류학교도 나오게 되면 도피성 유학은 줄고 외국학생들도 밀려와 교육 관련 일자리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위화감을 이유로 평등 공교육만 강요할 것 없이, 자기 부담으로 원하는 사교육을 받게 하면 그만큼 정부 교육예산은 저소득층에 더 많이 쓸 수 있고 공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고학력 실업 방지나 구조조정 명목으로 예산까지 투입해 대학들의 줄 세우기를 하다 명문 사립여자대학의 총장감금 사태까지 초래할 것이 아니라, 신입생 모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두는 것이 취업이 잘되는 실용적 교육을 강화하게 되고 고학력 실업은 감소할 것이다.

일류, 이류가 있으면 어떤가? 대학교육 성과 정보를 공개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일류, 이류의 존재는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어쩌다 시기를 놓쳐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사람들을 걱정한다면 평생교육시스템이나 다양한 자격제도를 발전시켜 경쟁 기회를 확대하면 된다.

정부는 가난해서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거나, 입시부정이나 허위정보 공개 등과 같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일을 감시하는 데 전념하는 게 어떤가. 우리 교육 문제의 대부분은 정부가 걱정하고 애쓰는 것보다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쉽게 해결된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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