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를 목표로 했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상생협약 진행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당초 MRO 상생협약에 불만을 가졌던 서브원이 참여를 선언한 반면 아이마켓코리아(IMK)는 이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내놓은 MRO 가이드라인에서 이름이 바뀐 MRO 상생협약은 추진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MRO 가이드라인은 대기업 MRO 업체가 매출 규모 30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만 영업하도록 제한하는 게 골자다.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제한해 중소 MRO 업체들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중소 MRO 업체의 성장은 없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RO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15개 주요 MRO 중소업체의 매출은 지난 2011년 4255억원을 기록한 이후 4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도 성장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MRO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잇따른 사업 철수로 13개였던 MRO 대기업은 현재 6개사만 남았다. 매출도 매년 감소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둘 다 성장을 못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혜택을 본 MRO 기업이 있다. 바로 IMK다.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IMK는 MRO 가이드라인 시행 직전 인터파크에 인수되면서 MRO 가이드라인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상호출자제한집단(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MRO 업계에서 유일하게 연 20% 이상의 매출성장을 이뤄낸다. 지난 2011년 매출 1조6823억원이던 IMK는 2012년 2조452억원으로, 2013년에는 2조4968억원으로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 3년 동안 사각지대에서 단물만 빼먹고 있던 셈이다.
동반위가 뒤늦게나마 IMK에 MRO 상생협약 참여를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IMK는 동반위의 참여요구에 매우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동반위에 업계 1위 서브원이 참여한다면 MRO 상생협약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5월 서브원이 상생협약 참여를 선언하자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참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기업의 기본 목적은 이윤추구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정한 경쟁,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가치가 주목받고 있는 시대다. IMK가 무엇에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MRO 상생협약에 전향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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