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진해운 5000억원대 자구안 제출.. 운명은 채권단 손으로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5 17:36

수정 2016.08.25 22:10

사재출연 사실상 빠져.. 채권단 요구액에 못미쳐
26일 수용여부 논의.. 법정관리 땐 파산 수순
한진해운 5000억원대 자구안 제출.. 운명은 채권단 손으로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해외터미널 등 추가 자산매각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25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관심을 모았던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은 사실상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 제출이 전격 이뤄지면서 이제 한진해운의 운명은 채권단 손에 넘어갔다.

한진그룹이 이날 제출한 자구안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그룹 지원, 용선료 조정 잠정합의사항, 선박금융 일부 상환유예, 해외터미널을 비롯한 추가 자산매각 계획 등이 포함됐다. 금액은 대략 5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단은 "최소 요구액 7000억원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미흡한 내용"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진 측은 당초 밝힌 4000억원대에서 1000억원 이상 진전됐다는 데 의미를 뒀다.
채권단은 한진 자구안에 대해 26일 회의를 소집, 이를 수용할지 아니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보낼지 여부를 논의한다.

■채권단 요구 못 미치는 자구안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 7000억원은 마련해야 살 수 있다"며 강공을 폈던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5000억원대 자구안을 과연 수용하게 될까. 일단, 채권단은 "기존에 낸 자구안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 한진해운의 회생은 여전히 암울한 상태로 볼 수 있다.

특히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을 통한 적극적인 고통분담이 있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에 대해선 포괄적 언급만 있을 뿐 실질적인 출연 약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은 그룹 차원에서 해운의 생존의지가 확고하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조 회장의 사재출연 등에 대해선 계속 난색을 표해왔다. 한진은 2014년 최은영 전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넘겨받은 후 1조원 넘는 자금을 수혈했고, 지금은 추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구안이다. 이를 감안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내년까지 경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1조∼1조2000억원으로 추정, 이 중 용선료 조정과 선박금융 상환유예 등을 감안해 한진이 스스로 7000억원을 마련할 것을 압박해왔다. 이는 한진이 지난 4월 제출한 4000억원대 유동성 확보 계획과는 별도의 자금이었다. 한진 측은 이번 자구안으로 5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선박금융 만기 유예를 통해 최대한 부족분을 채우겠다고 채권단에 전달했다.

■국적선사 파산 후폭풍은 부담

1000억∼2000억원대 금액차로 국내 1위 국적선사를 파산시킬 것인가. 채권단 고민은 이제 여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적 컨테이너선사의 경우 단독영업이 아니라 해외 선사동맹을 통한 공동영업이 중심이어서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바로 파산으로 이어진다. 세계 8위권 영업력을 보여온 한진해운이 퇴출될 경우 간신히 생존 문턱을 넘은 현대상선의 존립도 위협받을 수 있다. 아시아 중요항구인 부산항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이다. 국적선사가 제대로 글로벌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외선사가 부산항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국내 해운업계뿐 아니라 수출, 무역 연관산업에도 직격탄을 맞게되는 만큼 한진해운의 파산이 가져올 후유증을 채권단 역시 부담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현금으로 회생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정부 퍼주기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채권단에선 이날 제출된 5000억원대 자구안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였다. 채권단은 본격 세부항목 검증에도 나설 예정이다. 채권단 최종 결론은 26일 회의에서 당장 나오진 않겠지만, 자율협약 종료시점인 9월 4일 전까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구안에 따르면 용선료 조정 등은 비교적 순조롭다. 한진해운은 용선료의 경우 30% 조정이 목표였지만 대략 27%선에서 잠정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 채무 재조정은 내주 판가름난다. 한진해운은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도래하는 4210억원 규모 사채를 내달 2일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일괄 조정할 계획이다.
사채 50% 이상 출자전환, 나머지 50%의 경우 원금상환 2년 유예.3년 분할상환을 한진 측은 제안한 상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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