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효율 가전 환급제' 시행 두달.. 실효성 논란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8 17:01

수정 2016.08.28 17:01

에어컨만 판매 14% 늘어 '환급제보다 폭염 탓'
정작 에너지 高소비 '대형TV·세탁기'는 제외
대부분 효율 1등급인 김치냉장고 포함에.. 업계 "품목선정부터 잘못"
정부가 친환경 가전제품 소비 촉진 차원에서 도입한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제가 시행 두 달이 지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에어컨 외에는 대상 가전들의 소비 확대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에너지 고소비 제품인 대형 TV와 세탁기는 제외돼 업체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신규 소비 확대보다는 교체 시기만 앞당기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28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 수요를 확대하고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한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 인센티브 환급제'에 대해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환급제는 에어컨, 40형 이하 TV, 일반냉장고, 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5개 가전품목의 1등급 제품을 대상으로 최대 20만원까지 구매액의 10%를 정부가 돌려주는 제도다. 7~9월 말까지 3개월간 구매한 제품만 대상이다.
산업부는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지난달 29일부터 10월 말까지 환급 신청을 받고 있다. 한 달간 신청건수가 40만건을 넘어 외형상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미친다. 올해 최악의 폭염으로 200만대 이상 팔린 에어컨을 제외하면 제도 효과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가격비교사이트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제도 시행 전후인 6월과 7월 1등급 대상 제품의 판매 비중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에어컨만 1등급 가전제품 판매 비중이 6월(47.8%)에 비해 7월(62.1%) 들어 14%포인트 급증했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1~2% 증가에 그쳤고, TV는 되레 2%포인트 감소했다. 김치냉장고는 시판 중인 제품 90% 이상이 1등급이라 이번 제도의 효과가 처음부터 매우 제한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가 급증한 건 환급제의 영향도 있겠지만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을 피하려는 소비심리가 컸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상 품목 선정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TV업계 관계자는 "최근 TV 시장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40형 이상 대형 제품이 절반 이상인데 중소형만 환급 대상이니 효과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세탁기가 제외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세탁기는 전력소비량이 4대 가전 중에서 높은 편인데도 빠진 반면, 상대적으로 전력 소비가 낮은 공기청정기를 포함시킨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시기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100만원 이상인 고가 가전의 소비를 3개월짜리 제도로 바꾸겠다는 발상부터가 난센스"라며 "환급제 효과로 일부 가전소비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주기가 최소 5년 이상인 고가 가전의 구매 시기를 몇 달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이 환급제 시행을 위해 부랴부랴 조성한 1393억원의 예산에 정책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결과가 아니냐는 시선들도 많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 1등급 가전제품 환급 시행 두달이 지나면서 보완해야 할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친환경 가전제품 소비 촉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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