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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유럽 난민위기 재발할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9 16:33

수정 2016.08.29 16:33

[fn논단] 유럽 난민위기 재발할까?

터키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가 진압된 지 한 달 반이 지나간다. 하지만 터키와 서방(미국과 유럽연합)과의 관계가 악화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터키는 공공연하게 유럽연합(EU)과의 난민협약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으로 두세 달 안에 이 협약의 파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독일 주도로 지난 3월 중순 터키와 난민협약을 체결했다. 시리아 난민의 EU 유입을 저지하는 대가로 터키에 30억유로(약 3조7770억여원)를 지원하고, EU 방문 터키인들에게 3개월 무비자 제공, 터키의 EU 가입 협상 가속화가 서로 연계되었다.
이후 터키에서 지중해를 거쳐 그리스로 들어오는 난민의 수가 대폭 줄었다. 협약 시행 전 그리스에 하루 약 1740명의 난민이 도착했지만 협약 실행 후 6월에는 하루 평균 48명 정도만 그리스로 넘어왔다. 대신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오는 지중해 서쪽 경로의 난민 유입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후 8만명이 넘는 사람을 쿠데타 연루 용의자로 체포했다. 일부는 쿠데타에 연루된 명백한 증거가 없다. 미국과 EU 모두 쿠데타를 비판했지만 이를 빌미로 한 반대파 탄압에는 우려를 표명했다. 터키 정부는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이 쿠데타를 사전에 알았고 이를 배후조종했다는 음모론을 친정부 언론에 확산시켜 왔다. 에르도안은 EU의 무비자 실행 연기, 그리고 약속한 금액의 미지원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원래 지난 6월 말까지 무비자를 약속했지만 EU는 터키 테러법의 인권 침해 소지를 들어 10월 31일까지 이 결정을 미루었다. 또 30억유로 지원은 국제 지원의 관례대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지원하고 이게 터키 정부에 전달되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터키는 자국 정부 계좌에 입금을 요구해 왔다.

문제는 난민 문제에 대해 터키가 으뜸패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터키가 협약 이전처럼 수용 중인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난민을 EU로 가게 내버려둔다면 EU에 난민위기가 재발한다. 이럴 경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실각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100만명이 넘는 중동 난민을 수용해 자국에서 격렬한 비판을 받자 메르켈은 터키와의 난민협약을 주도했다. 그는 EU가 중시한 인권외교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버리고 점차 독재화 경향을 보이는 에르도안과 영혼을 팔아버리는 '파우스트 계약'을 체결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양자의 난민협약이 파기될 경우 EU는 터키보다 훨씬 더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브렉시트 협상의 불확실성, 잠복 중이지만 해결이 요원한 그리스 경제위기에 난민위기까지 겹치게 되면 EU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일단 EU는 10월 말까지 터키에 무비자 혜택을 제공해주어야 하지만 테러로 어려움을 겪어온 프랑스가 이를 반대해와 쉽지 않다. 잇따른 테러로 프랑스 우파 언론은 '난민=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오도해왔다. 사실이 아니지만 프랑스 정부가 이런 비판 때문에 터키인의 무비자 EU 입국을 허용하기가 곤란하다.


2010년에 발발한 그리스 경제위기에 힘겹게 대처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듯했던 EU지만 난민위기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어서 해결이 더 어렵다. 이래저래 EU발 리스크 발발이 상존한다.
철저한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하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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