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농업 죽이기

기업농 출현에 한사코 반대는 농업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고사시키는 것임을 알아야

1985년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850만명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난해의 농가인구는 257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마저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거의 절반이다. 이런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영농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농가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농업은 한 세대 사이에 반에 반토막이 났다. 앞으로 한 세대가 더 지나면 농가인구는 8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십중팔구는 농사 지을 체력이 안되는 8090 세대로 채워질 것이다. 지금 농촌에 3040 세대가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30년 후에는 6070세대마저 농촌에서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한국 농업은 대가 끊기는 중이다.

작물이 잘 자라려면 물과 거름을 제때 충분히 줘야 하듯이 농업이 번창하려면 자본과 기술이 활발하게 유입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찌된 영문인지 새로운 자본과 기술이 농업에 들어오지 못하게 꽉 틀어 막고 있다. 누가? 정부와 농민단체다.

LG CNS는 최근 전북 새만금에서 대규모 스마트팜(smart farm)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재배사와 함께 3800억원을 들여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최첨단 농법으로 작물을 키우는 사업이다. 농업에서 4차 산업혁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민단체가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2년 전에도 동부팜한농에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해 유리온실 사업을 포기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농식품부는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신기술 농업과 융복합화, 6차산업화 등의 신농업 육성 정책을 제시해 왔다. LG 스마트팜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 사업이다. 하지만 주무부처로서 정책적 지원을 하기는커녕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다. 농업에 투자해 달라고 발바닥이 닳도록 쫓아다녀도 모자랄 판인데 제 발로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고 있다.

스마트팜 사업을 고사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농민단체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다. 이 단체는 최근 전국적인 LG 규탄대회에 나섰다. 대기업이 첨단 원예농업에 진출하면 국내 원예농가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수긍이 가는 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단편적인 생각과 대응만으로는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농가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농업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과 기술의 유입을 차단하면 농업의 새로운 비전 창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농업기반이 무너져 모두가 생존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개방농업의 시대에는 국내외 시장에서 외국 농산물과 경쟁해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의 농업투자를 막으면 농업은 쪼그라들고 갈수록 황폐해질 것이다. 기업농의 출현을 무조건 막으려고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농을 받아들이되 가족농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농업투자를 막는 것은 당장에는 농민을 보호하는 일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머잖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6월 어느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 농업이 당면한 과제는 기술혁신을 통한 신농업혁명"임을 역설했다. 신농업혁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꼽는다면 자본과 기술, 젊고 유능한 인력이다. 그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이 기업이다. 기업농의 출현을 막으면 신농업 혁명은 멀어진다. 대기업이 농업에 들어오면 농민이 죽는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농업 발전을 위해 기업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부와 농민단체가 할 일은 기업농을 막는 것이 아니라 기업농과 가족농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농업도 산업인 이상 규제의 사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정부와 농민단체들은 눈앞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농업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기술과 자본을 거부하면 살아남을 산업은 없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