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클릭] 돈 대신 신뢰를 택한 삼성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5 17:27

수정 2016.09.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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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돈 대신 신뢰를 택한 삼성

삼성 특유의 '관리' 능력이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에서 또 다시 빛났다. 주판알을 튕기지 않는 화끈한 리콜 결정에 '삼성답다'는 칭찬이 고객 입에서 쏟아졌다. 삼성전자 직원들도 놀랐다. 잘못을 인정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본 한 신입사원은 '자랑스럽다'고 했다.

삼성의 관리 능력을 두고 다른 기업 관계자들은 '마법 같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가지 악재로 수차례 코너에 내몰렸지만, 그때마다 삼성은 전세를 역전시키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불량 애니콜 휴대폰 15만대를 불태운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1995년)', 지펠 냉장고 폭발로 인한 21만대 자발적 리콜(2009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사과문 발표(2015년) 등 위기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왔다. 아팠지만 옳은 결정이었다. 고객 신뢰는 빨리 회복됐고, 내부결속은 단단해졌다. 조직 발전의 장기적인 밑거름이 된 것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 사과문에 이어 갤럭시노트7 리콜 등을 거치면서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들에게 '이재용식' 리더십을 각인시켰다.

리콜 결정에 따른 IM(IT모바일)사업부의 실질 피해금액은 최대 1조원이나 판매되지 않은 정상제품과 이머징마켓 리퍼폰 재활용 가능성을 감안 시 실제 피해 금액은 3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애니콜 화형식' 때처럼 전량 폐기할 것인지 등은 결정된 게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리콜로 거둔 제품에 대한 활용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실액 대부분은 3.4분기 장부에 계상되고, 리콜 시기에 따라 일부는 4.4분기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리콜 결정으로 삼성은 돈으로 계상할 수 없는 무형자산(고객 신뢰)을 얻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는 1982년 존슨앤존슨 타이레놀 사망 사건과 비슷하다"며 "이 회사는 당시 미국 정부의 지시에서 더 나아가 해당 제품에 대한 전량 리콜을 진행해 소비자 신뢰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가 더 있다. 리콜로 고객 신뢰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주주들을 달래야 할 순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문제를 일으킨 배터리업체 대한 리콜비용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고동진 사장은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말했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이익이 줄어들어 아쉬울 수 있다.
고객의 신뢰를 택한 삼성전자가 마지막까지 깔끔한 일처리로 '신뢰'를 이어가길 바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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