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괴롭힘에 병원 떠나는 간호사.. '태움' 문화를 아십니까?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10 09:00

수정 2016.09.10 09:00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백의의 천사’ 간호사가 병원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총 32만명의 간호사 면허소지자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15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참 간호사의 이직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신규간호사 1만 3,779명 중 이직자는 4,612명(33.5%)이었다. 부서현장 교육 전 이직한 간호사만 1,985명(14.4%)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측에서는 신참 간호사의 이직률이 하도 높아 입사 100일을 채우면 잘 버텼다는 의미에서 파티까지 열어준다.


100일도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신참 간호사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 ‘태움’ 문화를 아십니까?

지난 7월 한 방송에서 간호사에게 가해지는 묵인된 괴롭힘의 실태들이 공개됐다. 이른바 ‘태움’이라 불리는 간호사들 간의 가혹행위는 온라인 상을 뜨겁게 달구며 논란이 된 바 있다.

‘태움’은 병원 내 선배 간호사들이 후배를 상대로 하는 폭언, 폭행 및 따돌림을 뜻한다.

모든 병원에서 태움이 성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폭력적인 태움 문화를 겪고 있는 신참 간호사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 “몰라서 물어봤는데 폭언” vs. “병원은 생명과 직결된 전쟁터”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태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기도 고양시에 근무하는 간호사 A씨(30)는 “간호사의 이른 퇴사는 ‘태움’ 문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병원에서 태움을 당하고 집에 가면 눈물만 나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각종 간호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태움을 겪어 간호사를 포기하고 싶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병원에서 실습 중이라는 한 네티즌은 “잘 몰라서 선배한테 다시 한 번 물어봤을 뿐인데 ‘초등학생을 가르쳐도 너보다 낫겠다’고 폭언했다”며 “불렀는데 뒤돌아보지 않았다며 발로 툭툭 차거나 주먹으로 등을 치기도 했다”고 서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선배 간호사들은 내가 숨쉬고 있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태움’ 문화를 바라보는 선배 간호사의 태도는 후배 간호사와 사뭇 달랐다.

5년차 간호사로 일하는 B씨(35)는 “병원은 생명과 직결된 전쟁터와 같은 곳이기 때문에 실수투성인 후배를 따끔하게 혼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응급 상황이 많아 끼니도 거르고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리바리한 후배 간호사들을 보면 사실 많이 답답하다”며 “자신의 실수로 혼났음에도 ‘태움 당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신참 간호사를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 “‘태움’의 가장 큰 원인? 높은 노동강도·직무 스트레스”

‘태움’을 근절시키려면 간호사의 근로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교대 근무로 업무 인수인계까지 해야 하는 체계 속에서 전(前) 근무 간호사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후 교대하는 간호사의 업무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신참인 간호사는 업무 처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가뜩이나 일이 많은 선배 간호사의 태움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간호사들의 잦은 이직과 퇴사로 선·후배 간의 업무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는 것도 ‘태움’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16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7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극심한 노동강도’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대한간호협회 곽월희 이사는 "태움은 높은 노동강도와 직무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법률과 규제,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정책이 혼합되지 않으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다"며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안 등을 통해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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