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부 학교, 지진 발생 직후 야자 강행에 학생들 대피도 막아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13 14:58

수정 2016.09.13 14:58

지진 대처 매뉴얼 무시 "진정하고 공부하라" 안내방송
운동장에 피하는 게 정답… 학교 등 내진설계 24% 불과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저녁 관측 이래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일부 학교에서 아무일 없는 듯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했다는 글들이 잇따라 논란을 빚고 있다.

지진 대처 메뉴얼에는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도록 명시돼 있어 이를 어긴 셈이다.

■운동장 대피 막은 학교, 지진 메뉴얼 위반

13일 인터넷과 SNS에는 경주, 울산, 부산등 등 지진 발생 지역 학교들중 일부가 야간 자율학습을 강행했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들 학교들은 '지진이 끝났다'거나 '별일 아니다'는 등의 교내방송으로 학생의 이탈을 막았다. 1~2학년은 귀가 조치했지만 3학년은 자율학습을 계속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학생들 스스로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한 여고 기숙사에서는 지진발생 후에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불안한 학생들이 스스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대피하지 말고 공부를 계속하라'고 한 것을 두고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연상된다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교실에 남도록 한 대응은 지진 대피 메뉴얼에 어긋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교육부가 배포한 '지진대피요령 교육자료'에 따르면 1차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일단 신체(머리) 보호 가능한 책상 밑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후 1차 지진 파동이 종료되면 운동장이나 주변에 고층건물이 없는 넓은 공터로 대피하도록 했다. 수업(야자)중일 때도 이같은 메뉴얼이 적용돼 지진이 발생하면 우선 책상밑으로 피했다가 교사의 지시에 따라 운동장 등 넓은 공터로 피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진이 멈췄을 때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게 맞다"면서 "야간 자율학습시간이라 교사들이 많지 않고 갑작스럽게 지진이 발생해 당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시설 24%만 내진설계 적용 '불안'

한편 학교, 대학병원, 교육청 등 교육시설 중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전체의 2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종배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교육기관 건물 내진 적용현황'에 따르면 내진적용 대상 교육기관3만5382동중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24.4%인 8640동에 불과했다. 나머지 2만6742동은 내진 비적용 상태다.

특히 초.중.고 학교건물을 포함한 교육기관(교육청 포함)은 2만5136동(76.0%)이 비내진이고 국립대 건물도 70.1%인 1570동이 지진에 무방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오는 2045년까지 2조5457억원을 투입해 7761동을 보강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대상건물 중 내진적용 비율은 46.5%(1만6401동)에 불과하다. 결국 30년후에도 53.5%의 건물은 비내진 상태로 방치되는 셈이다.


이 의원은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닌만큼 예산을 추가확보해서라도 더 많은 건물을 더 빨리 내진적용 시킬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특히 어린 학생이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학교건물은 우선적으로 내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