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고> 인간과 드론의 공존(共存)을 위해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0 14:57

수정 2016.09.20 15:09

(사)한국드론산업협회 부회장 설동성
(사)한국드론산업협회 부회장 설동성


제목: 인간과 드론의 공존을 위해

최근 몇 년사이에 인간의 삶에 급속도로 파고 드는 것이 무엇일까? 분명 드론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드론은 군용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드론의 발전이 군용에서 머물렀다면 인간의 삶에 지금처럼 큰 영향은 미치지 않았으리라.

드론은 민간분야로 옮겨오면서 발전이 아닌 진화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군용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드론의 장점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드론의 최대 장점은 뛰어난 기동성이다. 수직 이착륙은 물론이고, 전후 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단순한 완구에서 경주용, 항공촬영, 인명구조, 실종자 수색, 농약살포, 화재진화, 택배 등, 활용도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을 실어나르는 1인용 드론,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드론, 하늘이 아닌 물 속에서 다니는 수중드론, 불법드론을 포획하는 드론잡는 드론까지 등장했다. 비록 초기단계이지만 인공지능을 갖추고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가는 드론도 나타났다. 심지어 별도의controller(조정기)없이 뇌파를 인식해 사람의 생각만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브레인드론도 출현했다고 한다. 드론이 그 모습을 드러낸지 불과 1세기만에 인간의 삶에 급속도로 파고 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IT기술과 접목하면 활용도는 질적으로 확산된다. 어디까지 나아갈지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인간의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 드론의 진화는 계속된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발전과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간의 삶의 불편한 점과 고민거리들을 하나하나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기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걸림돌이 있다. 먼저 드론 기술력이다. 드론의 기술은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 뱃터리 용량의 한계, 전파 장애, 센서 결함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드론이 사람을 덮치는 등, 의도하지 않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드론 기술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기술적 결함은 하나하나 고쳐질 것이다. 드론 기술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선악 양면을 갖춘 존재이다. 드론을 선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악용 가능성, 부작용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며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성당에 한국인이 조종하던 드론이 충돌했다. 드론촬영 금지구역에서 항공촬영을 강행하던 도중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일본 총리관저 옥상에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탑재된 드론이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달리는 차량에 난데없이 정체불명의 드론이 뛰어들었다는 신고가 종종 접수되고 있다. 인파 속으로 드론을 고의로 추락시켜 인명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모기만한 드론도 가능하다. 여기에 첨단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남의 집 내부를 몰래 휘젖고 다니면서 촬영할 수 있다. 사생활침해다.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드론을 해킹해 테러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드론이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창출하듯이, 드론으로 인한 신종 범죄가 범람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드론, 브레인드론을 보자. 이들을 단순한 기기만으로 볼 수 있을까.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스스로 판단하는 드론이 나올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경우에 따라 드론이 인간과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과의 다툼에서 승리를 거두고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드론은 더 이상 인간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인간이 자신들의 삶을 위해 드론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드론의 지배를 받는 상황, 극단적인 가정일 수 있겠지만, 기술발전 속도로 볼 때 그저 마음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와 미국 하바드 로스쿨 국제인권클리닉연구팀은 올해 4월 인공지능을 활용한 살인 로봇의 출현이 임박했다며, 인공지능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이다. 또 사람의 생각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브레인드론의 경우, 누가 조종하는 것인지 알아내기 힘들다. 범죄나 테러에 악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생활 침해에도 쓰일 수 있다. 이처럼 주인 불명, 정체 불명의 브레인드론이 도심 상공, 집안을 휘저으면서 각종 사고를 친다고 상상해보라. 드론이 무서워진다.

드론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멀리멀리 비행할 것이다. 특히 자신의 비행을 가로막는 규제가 풀려 비행에 탄력이 붙으면, 인간의 통제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드론의 발전을 여기서 멈추게 해야 할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기기의 발전을 막으면 인간사회는 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대부분의 문명이기(文明利器)에는 순작용과 부작용이 동시에 존재해왔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때마다 인간은 지혜를 발휘해서 보완책을 만들어냈다. 드론도 마찬가지이다. 드론의 기술적 결함과 악용, 부작용 가능성에 대비해 최소한의 규제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제 드론의 발전, 진화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 악용에 대한 보완방안 마련에도 신경써야 할 때이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드론 중위권에 속한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발벗고 나섰다. 드론업계, 관련단체 등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다. 드론산업을 육성하고, 드론 선진국을 따라 잡으려면 무엇보다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에는 나쁜 규제가 있는가 하면, 좋은 규제도 있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 사생활 보호를 위한 규제는 좋은 규제에 속한다. 오로지 드론산업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물불가리지 않고 드론규제를 풀어버리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벌써부터 심히 우려된다. 섣부른 판단으로 인한 잘못된 규제완화가 각종 사고 유발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드론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드론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드론관련 행사도 급증하고 있다. 여기저기 드론 비행이 많아질 것이다.

물론 드론 발전을 가로막는 비합리적이고 비생산적인 규제, 규제를 위한 규제는 마땅히 완화되거나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안전한 드론 비행,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드론 비행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는 유지되고 오히려 강화돼야 할 것이다.
신중히 판단해서 지켜야할 규제는 지켜졌으면 한다. 시간이 걸려도 무방하다.
드론이 인간의 친구가 되고, 인간과 드론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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