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공조 강화]

美·中,'北核 도움 의혹' 훙샹그룹 제재

美 관련 증거 중국에 제시.. 中 정부 자산동결 등 수사
세컨더리 보이콧 첫 시행.. 북핵 제재 공조 '신호탄'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 관련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의 랴오닝훙샹그룹에 대한 제재 공조에 나섰다. 특히 미국이 관련증거를 중국 당국에 제시한 뒤 제재가 이뤄져 중국을 겨냥한 사실상 포괄적인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의 첫 제재대상이자 본격적인 시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등에 민간영역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제재를 가해 압박하는 방안을 말한다.

20일 중국 매체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산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북한과 인접한 랴오닝성의 공안(경찰) 당국은 지난 16일 "랴오닝훙샹그룹의 자회사인 단둥훙샹실업발전 유한공사와 이 회사 책임자가 오랫동안 (북한과) 무역활동을 하면서 엄중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발견했다"며 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밝혔다. 또한 훙샹실업발전 유한공사 자산을 비롯, 창립자인 마샤오훙 대표(45)와 그의 친인척, 동업자 등의 자산도 동결했다.

마 대표는 랴오닝성 인민대표대회의 단둥 대표로 활동해온 여성 중견 기업인으로 지난 2011년에는 현지 조직폭력배와 결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단둥에서 보내는 중국인 북한관광 사업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쇼핑몰 점원으로 시작해 2000년 훙샹을 설립한 이후 무역, 호텔업, 관광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그동안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중국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미국이 확실한 물증을 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법무부 소속 검사들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두 차례 방문해 중국 당국에 마 대표와 훙샹실업발전 유한공사의 범죄행위를 중국 당국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미국 측이 마 대표와 이 업체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북한의 유엔·서방 제재 회피 시도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증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전날 아산정책연구원은 미국 국방문제연구센터와 발표한 '중국의 그늘 속에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회사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괴, 산화알루미늄,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 3산화텅스텐 등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수출해 왔다고 발표했다.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 회사와 북한의 무역거래 규모는 5억3200만달러(약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이 제재에 나선 이유는 이런 구체적인 증거 외에도 자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본격적인 발동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상원은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기관 등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월 의회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 재량권을 부여받았지만 그동안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실질적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자 이번에 랴오닝훙샹그룹을 시작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본격 발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대북전문가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본격적인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에 앞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의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중국이 계속해서 강력한 제재에 반대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hjkim@fnnews.com